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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스트파이브 Mar 26. 2019

"일상을 무탈하고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는 곳"

금호동 '카페 블레스트'

심심할 때 언제나 불러낼 수 있는 동네 친구, 퇴근길 혼자서도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단골 술집... 모두의 '로망'이지만 흔치 않기에 로망으로 남는 존재죠. 동네 친구와 단골 술집이 좋은 이유는 꾸준히 쌓아올린 만남의 결이 독특한 관계의 문양을 만들어냈기 때문일 겁니다. 




이번 '어제 어디 갔어?' 에서는 패스트파이브 피플앤컬쳐팀의 배경리 매니저를 만났습니다. 경리 님은 금호동의 카페 블레스트를 만나 처음으로 '동네 카페'의 단골이 되는 경험을 했다는데요. 이 동네를 떠날 때 사장님들과의 관계가 떠올라 아쉬울 것 같다는 경리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어제 어디 갔어?


금호동에 있는 카페 블레스트. 



거기가 왜 좋아?


일단 가까워서 좋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계속 아파트에만 살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주택가에 있는 빌라에 살게 됐다. 항상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상가, 집 근처의 시설만 이용해서 을지로 골목이나 작고 예쁜 가게, 획일화되지 않고 개성있는 가게는 굳이 마음먹고 찾아가야 하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금호동으로 이사를 온 뒤 일 년 반 동안 동네의 주택 1층에 작은 가게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베이킹 클래스, 꽃집도 있고 독립서점까지 들어왔다. 그런데 유독 카페가 안 생겨서 ‘카페는 언제 생길까’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 집 옆옆 건물에 카페가 생긴 거다.  

또 나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과 친해져서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단골이 되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어떤 가게가 마음에 들면 짧은 기간 동안 그 가게에 많이 가는데, 카페 블레스트는 나처럼 자주 방문하는 주민들이 많다 보니 동네 사랑방 같은 역할도 한다. 


이를테면 이 동네에서 자영업을 하는 사장님들의 나이대가 대부분 30대로 비슷하다. 그래서 다른 가게의 사장님들이 이 카페에 놀러와서 이야기하는 모습도 몇 번 봤다. 또 주거 단지에 있는 곳이기 때문에 아이들도 많이 온다. 어떤 남매가 엄마 심부름을 하러 왔는데 사장님이 먼저 알아보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사러 왔니?” 하고 물어보시기도 하더라. 프랜차이즈나 규모가 큰 카페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다. 



또 한번은 어떤 아이가 킥보드를 타고 아파트 단지에서 내려오더니 카페 앞에 주차를 하고 들어왔다. 사장님도 반갑게 이름을 부르면서 인사하시고 아이도 “오늘은 베이비치노 먹으러 왔어요!” 해서 전에 부모님과 같이 왔었나보다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아이가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이 카페를 보고 혼자 들어와봤다는 거다. 

그때의 기억이 좋았다며 이번에는 바 자리에 앉아서 베이비치노를 먹겠다고 했다. 한 30분 정도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음료를 마시더니 “가봐야 될 다른 카페가 있어서요!” 하고 킥보드를 타더니 가더라. 



평소 이런 편안한 느낌의 공간을 좋아하는지?


사실 걸어서 5분 거리에 다른 프렌차이즈 카페가 있기는 한데 한번도 안 갔다. 이왕 나갈 거라면 좋은 공간, 마음에 드는 공간에 가고 싶기 때문이다. 보통 카페나 음식점에 갈 때 공간, 음식, 가격이 다 뛰어나서 하나로 합쳐져 잘 굴러가는, 잘 짜여진 완성체를 보는 느낌으로 새로움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을 좋아한다. 

카페 블레스트의 내부

그런데 카페 블레스트는 차분하고 소박한 느낌이다. 평소 내가 카페를 소비하는 방식과는 많이 다른 곳이다. 주말에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고 싶은 기분일 때는 멀리라도 새로운 공간을 찾아 나가는데, 그냥 편안하게 나 자신을 보살피고 싶을 때는 카페 블레스트에 간다. 나가면 정신 없는 일도 생길 수 있고, 새로운 곳에 가면 예상보다 안 좋을 수도 있다는 리스크가 있으니까. 여기에서 보장된 편안함을 즐기면서 일상을 무탈하고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싶을 때도 있다. 



배경리에게 카페 블레스트란?


금호동이다. 편안한 느낌을 주니까. 지금까지 쭉 신도시에서만 살았다. 동네에 언덕도 없고 길도 딱딱 구획되어 있다. 예를 들어 분당이었다면 이런 카페들이 생기기 힘들었을 거다. 그런데 금호동은 아파트 옆, 언덕 꼭대기에 주택도 있고 카페도 있어서 좋다. 

최근에 ‘참새방앗간’처럼 들르는 밥집이 있는데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고 괜찮을 것 같은 곳이다. 한 동네 안에 내가 사는 집만 있는 게 아니라 나와 얼굴을 익히고 친해진 이웃들이 하는 가게가 있다는 게 편안하게 느껴진다. 카페 블레스트나 그 밥집에 가면, ‘이사를 가면 이곳 때문에 정말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공간에 가만히 앉아 오고가는 사람을 지켜보는 일, 매일 바쁘게 지내다보면 하기 어려운 경험입니다. 하지만 공간에 대한 진짜 애정은 그런 관심 속에서 생겨난다고 생각해요. 패스트파이브는 늘 멤버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이 공간을 채워나가겠습니다 :)


그럼 다음 '어제 어디 갔어?'를 기대해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공간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 패스트파이브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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