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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Aug 07. 2018

퍼포먼스 마케팅에서 브랜딩으로

브랜딩의 정체는 무엇일까?

브랜딩에 관한 나의 고민은 지난 1년 간 계속 이어져 오고 있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나를 계속 괴롭힐 것으로 예상된다. 브랜딩만큼 팬시한 단어가 없는 것 같고, 반대로 브랜딩만큼 실체가 불분명한 것도 없는 것 같다. 패스트파이브에게 브랜딩은 실전이 되었고 나름의 생각들을 꾸준히 정리 중인데 v1.0을 공유해본다.



1. 고민의 시작

스타트업을 처음 시작할 때, 그리고 operation이 안정화 되기 전 까지는 브랜딩이란 단어가 사치인 경우가 많다. 어차피 제품/서비스에 구멍이 너무 많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브랜딩을 시도하더라도 모래위에 집을 짓는 느낌이고, 당장 돈이 안되는 브랜딩에 많은 리소스를 쏟을 여유도 없다.


우리도 처음엔 그렇게 시작했다. Funnel이라 부르는 lead generation부터 전환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잘게 쪼개어 버튼위치, 단어선택, 문구, 이미지까지 효율화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치열하게 고민해서 실제 어떤 것이 working하는지 무한반복하는 작업을 계속해서 했다. 이러한 퍼포먼스마케팅 부분을 빠르게 효율화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수치화가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반응이 안 좋은 건 버리고, 반응이 좋은 것들은 더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갔다. 물론 센스도 중요하지만 타율보다는 안타수가 중요한 게임이니 머리가 터져라 아이디어를 내고, 열심히하면 되는 시간과 노력의 싸움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머지않아 두가지 난관에 봉착했다. 첫번째는 전환비용이 특정수준으로 수렴해서 도무지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이었고(뭔가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두번째는 전환비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우리 서비스를 자칫 후져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이제 막 성장하는 시장에서 쿨한 건 옵션일 수 없다. 관심도가 낮고, 우리 서비스에 대한 개념도 없는 잠재 고객에게 우리 서비스가 가진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쉽고, 직설적이고, 때로는 관심을 끌만한 자극적인 단어들이 필요했다. 있어보임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남들이 알아주는 신비로움에서 오는 법인데. 그렇게 '브랜딩'의 필요성에 눈을 뜨게 됐다.


2. 우리가 갖고 싶은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을 먼저 해 본 사람들이 많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책도 찾아보고, 인터넷도 많이 검색해봤다. 업종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브랜드라는 게 f(인지도, 로열티)와 같은 함수로 많이 설명이 되고, 그 하부구조 및 브랜드가 만들어진 과정에 대한 나름의 설명들은 사실 그렇게 큰 도움은 안되는 것 같다. 장병규대표님이 스타트업의 성공은 비정형이라 한 곳에서 성공한 법칙이 다른 곳에 적용될 수 없다고 하셨는데, 브랜딩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모든 브랜드는 각자의 특수한 맥락에서 형성되었기 때문에, 참고가 될 지언정 결과론적인 해석이 이제 막 브랜딩을 하려는 업체에게 그다지 큰 도움은 안되는 느낌이었다.


그럼 우리가 갖고 싶은 브랜드의 느낌을 구체화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맞는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는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아직도 고민 중이지만 약간의 힌트가 되는 이야기를 워런 버핏 강연에서 듣게 되었다.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를 설명하면서 '우리는 모두 코카콜라를 마실 때의 행복한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고. 

버핏 said '나의 하루 평균 섭취 칼로리 4분의1은 코카콜라가 차지할 것'

결국 우리가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를 누린 '고객 경험'이 꾸준히 누적되면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게 아닐까. 물론 그 과정에서 각인이 될만한 빨간색과 로고가 준비 되어야 하고, 맛과 청량감의 이미지가 필요하겠지만 중요한 건 그런 '고객 경험'이 누적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고객에게 주고 싶은 가치를 궁극의 완성도로 제공하면 고객들은 분명 우리에게 열광할 것이다. 그렇게 하고 싶은 욕심이 마구 생기기 시작했고, 바로 브랜딩TF를 만들었다.


3. 브랜딩을 위한 마라톤의 시작

결연한 의지를 갖고 브랜딩TF를 시작했다. 브랜딩팀을 꾸리기엔 아직 어떤 작업을 어떻게 해야할 지 확신이 없어서, 일단 내부에 브랜딩에 관심있는 사람, 유관부서 사람들을 모아서 우리가 어떤 활동을 해야할 지 정의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활동들은 아래 두가지로 종합할 수 있었다.


1) 고객경험의 개선

2)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확립


브랜드라는 건 결국 '행복한 고객경험'의 총합이니,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완벽한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집중했다. 대개는 비용을 쓰는 일들이었다. 이전에는 미처 신경쓰지 못했던 디테일한 이슈들을 편집증환자처럼 계속해서 뽑아내고, 예전에는 비용관리 때문에 불편하더라도 감수했던 부분(ex. 키친 세면대에 각티슈가 있었는데 물 묻은 손을 티슈로 닦으면 그리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이전에는 비용도 아낄 겸 미필적 고의로 방치했다면 이제는 핸드타올로 모두 교체했다. 비데설치도 마찬가지였다)들을 하나하나 개선하기 시작했고 지금도 계속해서 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눈에 띄는 반응은 없지만, 분명 브랜드라는 통장에 잔고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Bottom-up으로 고객경험을 개선하면서 동시에 Top-down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개선하고 있다. 패스트파이브의 스토리, BI/CI, 컨셉컬러, 굿즈까지 행복한 고객경험의 백그라운드에 '패스트파이브'가 깔릴 수 있도록 일관된 아이덴티티를 심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 공대 출신인 나에게 너무나도 챌린징한 일이지만 감각있는 스탭들이 있어서 좋은 아이디어, 의견들을 수렴하고 있다.



2015년, 2016년, 2017년, 2018년의 고객경험을 생각하면 분명 큰 발전이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은 스케일을 키우는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디테일을 챙겨서 완벽한 고객경험을 만들고, 그러한 고객경험과 아주 잘 어울리는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고 싶다. 그래서 3년뒤, 5년뒤에는 애플, 스타벅스 같이 '덕후'가 붙어도 어색하지 않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 패스트파이브의 브랜드를 같이 만들어 가실 분은 ceo@fastfive.co.kr 로 편하게 메일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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