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대일 Aug 08. 2018

1인 가구를 위한 주거서비스는 왜 별로일까?

모두가 공감하지만 누구도 해결하기 힘든 난제

주변에 '주거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라고 얘기하면 반응이 반으로 갈린다. 부동산업과 거리가 있는 사람일수록 '재밌겠네요', '맞아요. 새로운 서비스가 필요해요'라고 기대감을 표현하는 반면에 부동산업과 가까운 사람일수록 '쉽지 않을 텐데...', '주거는 수익률이 문제예요'라며 우려하는 시선이 대부분이다. 스타트업에겐 흔한 일이라 별로 개의치는 않지만, 왜 오피스텔, 원룸은 대체로 별로일까? 란 생각을 해봤다.



1. 분양에 따른 소유의 파편화

신축 오피스텔의 99%는 여전히 분양을 한다. 시행사 입장에서는 빨리빨리 선분양해서 자금을 회수하고, 이를 다시 다른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대개 시행사가 성공적인 토지개발을 통해 기대하는 수익률은 연 15% 내외인데, 일회성 수익일지언정 임대수익률(3~5%)에 비하면 기대수익률이 매우 높은 편이다. 물론 요새는 수도권은 토지 가격이 너무 올라서 개발수익률이 잘 안 나오고, 건축비용 대비 토지 가격이 저렴한 지방은 미분양 risk가 있어서 개발 분위기가 많이 위축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분양이 시장의 대세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분양을 기점으로 주거건물은 주인 없는 회사처럼 방치된다는 점이다. 시행사는 온갖 마케팅 수단을 동원해서 고가에 분양을 하고, 이에 투자한 개인들은 부동산 중개인에게 관리를 넘기고서 공실이 해결되길 기도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어디에도 고객을 위한 서비스 개념은 없다. 500개의 호실에 500명의 주인이 따로 있기 때문에 누군가 나서서 새로운 컨셉의 서비스를 제안할 의지도, 방법도 없다.


2. 여전히 공급이 부족

서울지역 오피스 평균 공실률이 10%를 넘어가는데 반해서 원룸/오피스텔 공실률은 1~2% 수준을 오르락내리락한다. 직방앱에서 대단지 검색을 해봐도 500세대에 가까운 대형 오피스텔에 나온 매물이 2~3개에 불과할 정도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공급은 비탄력적이지만, 수요가 탄탄해서(만혼에 따라 경제력 있는 20대 후반~30대 초중반 1인 가구 증가 & 부유한 베이비부머의 자녀세대는 부모님 지원) 정말 이상한 곳 아니면 대체로 꽉 차 있다고 보면 된다. 어느 시장이든 공급이 부족하면 서비스가 별로이기 마련이다. 주거서비스를 이용하는 수많은 고객들이 이런저런 불편을 호소하지만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다. (그중 가격이 부담된다는 건 사실 서비스보다는 그냥 땅값이 비싸서 어쩔 수 없는 이유이긴 하다)


길에서 흔히 보는 이런 곳들이 알고보면 꽉꽉 차 있음


3. 법령, 규제 이슈

주거서비스 관련 뭔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낸다면 대부분 불법이라고 보는 게 맞다. 법이라는 게 물론 제정될 당시 사회의 문제를 예방/해결하기 위한 목적이었겠지만, 주거의 경우 특히 규제가 심하고 혁신을 가로막는 주범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불법과 편법의 외줄 타기가 업계에 만연해있다)


크게 두 가지 이슈가 있는데 첫 번째는 법정 주차대수 제한이다. 전용면적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오피스텔 세대당 0.5대의 주차시설이 의무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 정도의 주차대수를 소화하려면 넓은 부지에 낮은 건폐율로 건물을 올리거나, 건물을 높게 올리는 만큼 땅을 깊이 파는 수밖에 없다. 이게 전부 다 원가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여력을 갉아먹는다. 혹은 방을 작게 만들어서 세대수를 늘린다든지, 용도변경을 한다든지 모두 다 주차대수의 허들이 가장 큰 문제다.


두 번째는 법에서 까다롭게 정의한 주택의 유형을 제외하고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학교 기숙사처럼 공용 키친을 두고 기숙사 형태로 지어서 저렴하게 서비스하면 대박이지 않을까?'>> 불법이다. 법령 상 기숙사는 특정 대학교, 회사를 대상으로만 서비스할 수 있다. '고시원 형태를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업그레이드해서 원룸보다 저렴하게 팔면 괜찮지 않을까?'>> 고시원(다중생활시설)은 총면적이 150평을 넘으면 안 된다. 고시원이 모두 작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 외에도 방 안에 키친을 넣어야 하는지, 화장실이 있어야 하는지 모두 법령에 정의되어 있다. 이미 지어진 주거시설을 쉐어하우스 형식으로 운영하는 느낌 외에는 사실 상 바꿀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4. 건설사/시행사의 의사결정구조

위와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주거서비스를 내기에는 시행사/건설사가 가장 용이하다. 그들은 이미 주요 지역에 토지를 많이 보유하고 있고, 현금도 수천억씩 들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주거서비스의 주 수요층이 20~30대인데 주요 의사결정자들이 50-60대이고, 간접적으로 경험한 건설사의 분위기는 거의 80~90년대 느낌이었다. 건설사에 종종 강연하러 가기도 하고, 뜬금없이 건설사 회장님에게서 연락이 와서 밥을 먹는 경우도 있는데 가끔 깨어있는 오너분들이 계시지만 실무진을 만나보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낀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나에게 건설사 사장의 권한을 준다면 해보고 싶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있긴 하다(1인 가구는 아니지만 신혼부부 혹은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부를 위한 전용 아파트를 만든다면 정말 완벽하게 기획할 수 있을 것 같다ㅎㅎ). 뭐 그래서 스타트업에게 기회가 오는 거겠지만.




P.S 현재(2018.08) 채용 중인 포지션과 한 줄 JD는 아래와 같습니다. 급하게 뽑는 건 아니고 좋은 인재분이 있다면 언제든 TO는 열려있습니다.


- 커뮤니티매니저: 패스트파이브의 핵심 직군으로 전반적인 호점관리(세일즈, CS, 커뮤니티 빌딩 등)를 수행 

- 사업개발: 주거서비스, 리테일(카페, 휘트니스 등) 등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

- 부동산 담당: 패스트파이브의 신규호점 매물을 발굴하고, 건물매입 및 디벨로퍼와의 협업 주도

- 투자 담당: 장기적인 관점에서 패스트파이브의 경쟁력을 높여 줄 스타트업에 Seed 투자(1~3억 규모)

- 브랜드마케팅: 당장의 lead generation, 전환율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 가치를 생성

- 공간디자이너: 감각적인 라운지, Bar, 회의실 등 패스트파이브의 공간경쟁력을 높여 줄 디자이너

- VMD: 신규호점의 전체적인 공간구성, 가구 select, 디테일한 요소 등을 관리

- 기획자: 패스트파이브 멤버를 위한 모바일앱, 웹페이지 등 기획

- iOS개발자: 패스트파이브 멤버를 위한 모바일앱 개발

- 세일즈: 신규입사자 세일즈 트레이닝 및 전반적인 세일즈 프로세스 업그레이드 및 계약률 제고

- 인턴: 열정있는 졸업예정 대학생

작가의 이전글 퍼포먼스 마케팅에서 브랜딩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