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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Aug 12. 2018

손정의와 샤프 사사키 전무의 인연

모든 것은 사사키와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손정의 회장의 ‘30년 비전’ 영상을 보면 그가 과거에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많은 걸 알 수 있다. 특히 피를 토하는 아버지를 뒤로 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누구보다도 열심히 생활했던 유학생활 얘기를 하는 장면이 있다. 영상에서는 실제 스토리의 많은 부분을 생략했는데 당시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이란 책에 그 내용이 자세히 나와서 흥미롭게 읽었다.


그는 가족의 만류를 뒤로 하고 미국에 왔기 때문에 유학생활 중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공부를 했다고 한다. 관객을 향해 당시 자신은 여기 있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다고 자신할 수 있을 만큼 열심히 살았다고 얘기한다. 그 와중에 돈이 부족했기 때문에 가장 적은 시간을 투입해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하루 10분씩 투자해서 발명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해서 발명한 ‘전자번역기’ 기술을 샤프에 1억엔을 받고 팔았다는 건 유명한 스토리인데, 이 책에서는 샤프와의 거래 과정을 비교적 디테일하게 밝히고 있다.


유학시절 손정의는 음성기술의 권위자였던 버클리의 모더 교수를 찾아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현해주길 집요하게 요청했고, 그렇게 만들어 낸 ‘전자번역기’ 시제품을 들고서 샤프, 카시오 등 10개의 일본 제조업체에 미팅을 요청했다. 샤프를 제외한 나머지 9개 업체에서는 문전박대를 당하고,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샤프의 사사키 전무였다. 당시 사사키는 63세로 샤프의 전성기를 이끈 최고의 권위자였다. 갓 21살 먹은 어린 손정의가 열정적으로 전자번역기에 대해 설명할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


사실 전자번역기 자체는 그리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였다고 한다. 이미 카시오는 스탠포드와 공동 연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린 손정의를 보자마자 ‘안 되겠다’고 거절 의사를 밝혔고 손정의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사사키 전무의 경우도 물론 카트리지 형태로 언어팩을 분리할 수 있는 기술에 흥미를 느끼긴 했지만, 전자번역기 자체가 1억엔을 대가로 지불할 만큼 뛰어난 제품/기술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사키는 손정의의 눈빛, 열정, 가능성을 높이 사고 그에게 기회를 준 셈이다. 뿐만 아니라 소프트뱅크 설립 초기에도 중요한 순간에 그의 이름이 항상 등장한다. 그랬기에 사사키의 99세 생일에 손정의는 소프트뱅크 핵심 임원들을 배석시킨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모든 것은 사사키 선생님과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고 감사의 표시를 한다.

그는 열정적인 손정의가 귀여워서 도와줬다고 농담을 한다

결과론이지만 사사키 전무의 배려와 조언이 없었다면 손정의와 소프트뱅크는 지금의 모습이 아닐 수도 있었다. 여유를 가진 대가가 아직은 어설프지만 눈빛이 빛나는 유망주를 인정해주고 배려해주는 아름다운 문화. 그런 게 제2의 손정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사족을 달자면 사업을 하면서 소위 높은 분들을 만날 기회가 많이 있었다. 특히 개인 건물주들을 많이 상대하다 보면 성공한 기업가, 정치인, 의사/법조인, 대기업 임원 등을 가리지 않고 많이 만나게 된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99%는 소위 꼰대라 불리는 사람들. 대화를 하다 보면 숨이 턱턱 막히고, 새로운 건 1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보수적인 태도. 만나자마자 말부터 놓고 가르치려 드는 사람들, 본인의 성공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도와주겠다고 하지만 본인의 잇속을 챙기는데 여념이 없는 사람들. 그런 분들을 볼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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