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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Aug 03. 2018

워런 버핏 바이블 - 좋은 비즈니스의 조건

오마하의 현인이 선호하는 기업의 유형

스티브 잡스와 워런 버핏과 관련된 동영상, 책은 기회될 때마다 무한 반복해서 보게 된다. 최근엔 워런 버핏 바이블을 다시 정독했는데, ‘버크셔의 기업 인수 기준’을 보고 많은 영감이 떠올라 공유해본다.


경영의 바이블. 성경처럼 두껍다


1. 대기업(우리 기존 사업부에 딱 들어맞는 기업이 아니라면 매출액이 800억 이상)

예전에 VC에서 일할 때 흥미로운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백억대 M&A와 천억대 M&A는 큰 차이가 있는데, 백억대에서 팔리는 회사는 가능성만 보여주고서 얼마 후 망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오히려 천억대(혹은 조원대)에서 거래되는 회사는 이미 궤도에 오른 경우가 많아 쉽게 망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몇몇 케이스를 생각해보니 정말 그런 패턴이 있는 것 같았다.


버핏이 어떤 맥락에서 대기업을 선호한다고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위와 같은 이유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핵심인력에 의존하고, 미래의 가능성을 가진 유망주같은 회사보다는 이미 연간 1,000억원 이상 벌고 있어서 시장과 비즈니스모델이 확실한 기업을 선호하는 것이 아닐까. 혹은 단순히 버크셔가 굴리는 돈이 커져서 매출 1,000억이 안되는 작은 회사는 투자대상으로서 의미가 없어서 일수도 있고.


2. 지속적인 수익력을 입증(미래 예상 수익이나 ‘회생기업’은 관심 없음)

버핏이 인터뷰에서 항상 얘기하는 두가지 투자원칙이 있는데 첫째는 ‘절대 돈을 잃지말라’는 것이고 둘째는 첫번째 원칙을 잊어버리지 말라는 것이다. 2번과 3번 조건은 버핏의 이러한 보수적인 투자철학을 보여준다.


흔히 미래 예상 수익을 예측하기 위해 다양한 논리를 적용하지만 이는 숫자놀음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회사가 현재는 예외적인 악재, 불운으로 손실이 나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그 이후에 더 많은 악재, 불운에 시달리는 경우를 많이 봤다. 마찬가지로 수년간 빛을 못보던 회사가 갑자기 스타기업이 되는 경우는 자주있어도 한번 꺾인 회사가 턴어라운드 하는 케이스는 좀 처럼 보기 어렵다. 결국 가장 확실한 건 과거에 꾸준한 수익이 있었고, 천재지변이 있지 않는 한 이 트렌드가 계속 될 거라 판단할 수 있는 기업이 좋은 비즈니스를 가진 회사란 생각이 든다


3. 부채가 적거나 없고 ROE가 높은 기업

버핏과 비슷하게 가치투자의 전설 중에 한 명인 피터 린치는 ‘부채가 없는 회사가 망하는 걸 보는 건 쉽지 않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비슷한 맥락이라 생각된다. (물론 부채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 생각한다. 잘 되는 회사의 경우 자본보다 기회비용이 낮고 역사상 레버리지를 가장 잘 활용한 손정의 회장은 이제 빚이 없으면 어딘가 허전하다는 농담을 하며 tech 영역을 정복하고 있으니)


ROE가 높은 기업은 바꿔서 얘기하면 자본효율성이 좋은 회사이고 적은 투자로 매출/이익의 성장성을 유지할 수 있는 회사이다. 책을 읽으면서 패스트파이브는 어떤가 적용해봤는데 이 부분에서 뜨끔하긴 했다. 아무래도 초기 인테리어비/보증금이 많이 필요하다 보니 ROE가 높은 편은 아니었는데, 오히려 이 부분에서 힌트를 얻어 ROE를 높이기 위한 initiative들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고 최근에 두어개 정도의 힌트를 발굴해서 추진하는 중이다.


4. 경영진이 있는 기업(우리는 경영진을 공급하지 못함)

버크셔의 주주총회에서 버핏과 멍거가 얘기를 주고 받을 때 계열사의 CEO들을 극찬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A와 같이 일하게 되어 축복이다, B는 해당산업에 대해 엄청난 인사이트를 갖고 있다, C는 지나칠 정도로 윤리적인 사람이다 등등.


버핏이 한 때 ‘우리는 바보가 와서 경영해도 문제없을 만큼 쉬운 비즈니스를 선호한다’는 말을 본 적이 있어서 사람 및 경영진의 역량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건가란 오해를 했었는데, 아마도 버핏이 원하는 건 ‘믿을만한 경영진이 있는 기업’이 아닐까 싶다.


5. 사업이 단순(복잡한 기술을 다루는 회사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함)

버핏의 유명한 어록 중 circle of confidence가 있다. 전설적인 메이저리그 타자 테드 윌리엄스를 인용해서 본인이 자신있는 좋은 공을 기다려서 배트를 휘두르는 것 처럼 좋은 투자 기회를 기다려서 자신있는 영역에만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이 단순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내 생각엔 투자자/인수회사 입장에서 불확실성이 많이 낮아질거라 생각한다. 회사를 직접 운영하는 사람과 외부 이해관계자 간에는 엄청난 정보비대칭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얼마든지 회사를 좋게 포장할 수도 있고, 특히 비즈니스가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을 다루는 회사일수록 그러한 포장은 더더욱 쉬워진다. 그러나 코카콜라, 질레트, 시즈캔디 같이 단순한 사업모델을 가진 회사는 감사보고서만으로 회사의 핵심 내용을 상당부분 파악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 아닐까


6. 매각 가격(가격이 미정인 상태에서 협상하느라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음)

이 부분은 좋은 비즈니스라기 보다는 버크셔 입장에서 매력적인 기업의 조건이다(훌륭한 기업인데 저렴한 가격에 매입 가능한). 이는 버크셔가 이미 선순환 구조에 들어섰기 때문에 취할 수 있는 옵션이자 상당히 전략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버핏이 항상 하는 얘기 중에 버크셔가 돈을 잃을 순 있지만 reputation은 1도 잃어서는 안된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단순히 법을 지키는 수준을 넘어서 악명 높은 기자가 신문 1면에 버크셔를 비난하는 기사를 써도 당당할 수 있을만큼의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 이를 통해 쌓인 버크셔와 워런 버핏의 reputation은 풍부한 deal sourcing으로 이어져 협상을 거치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비즈니스를 인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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