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관심은 손전등과도 같다. 관심이 머무는 곳이 환하게 빛나기 때문이다.
<기버 2 셀모어>, 밥 버그, 존 데이비드 만
어제 있었던 일이다. 한 학생의 어머니와 통화를 하게 되었다. 학생이 복통을 호소해 집으로 연락을 드렸는데, 그 학부모님은 의외로 아이의 건강보다 다른 궁금증을 먼저 표현하셨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나요? 어떤 아이들과 주로 시간을 보내나요? 그 친구들은 어떤 아이들인가요?"
그 질문들을 듣는 순간, 내 마음에 깊은 인상이 남았다. 마치 어둠 속에서 손전등을 켜고 자녀의 세계를 비추려는 모습 같았다. 그 어머니의 질문 하나하나가 아이의 사회적 관계와 일상을 이해하려는 진정한 노력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아이에게 '당신은 소중하고 사랑받는 존재'라고 말해주는 방식이 아닐까.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내 아이의 유치원 친구들 이름을 몇 명이나 알고 있을까? 솔직히 몇 명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반면 아내는 유치원에서 공유하는 사진 속 모든 아이의 이름을 외우고 있다. 우리 아이도 안다. 엄마와 아빠 중 누가 자신의 유치원 생활에 더 관심을 갖는지를.
"아빠는 글 쓰는 아빠고, 엄마는 내 엄마니까요."
그 말이 가슴에 콕 박혔다. 글을 쓰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내 아이의 세계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그 순간 많은 부모들이 공유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떠올랐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이 질문은 역설적으로 우리의 관심이 아이가 아닌 자기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육아에 정답이 없다는 불안감이 우리를 사로잡을 때, 손전등은 아이가 아닌 부모 자신을 비추게 된다. 우리의 불안과 해결책에 집중하느라 정작 아이의 내면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기버 2 셀모어>에서는 누군가에게 진정한 관심을 가질 때 던져야 할 질문들을 제시한다.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이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사람이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인가?
이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일까?
이 사람의 본심은 무엇일까?
이 질문들을 자녀에게 적용해 보자. "우리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 무엇을 좋아하고 언제 행복해할까?" 이런 호기심으로 아이의 세계를 탐색하는 것이 진정한 관심이다.
단, 이런 질문들을 직접적으로 던지라는 의미는 아니다. 갑작스러운 질문은 "또 무슨 잔소리를 하려고 이러시나?"라는 방어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대신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뭐 했어?" "점심시간에는 누구랑 같이 먹었어?" "요즘 네가 가장 재미있어하는 것이 뭐야?"
이런 소소한 질문들이 아이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부모가 아이의 세계를 이해하는 창문이 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아버지가 자녀의 행동과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잘 알수록, 청소년은 자신이 아버지에게 중요한 존재라고 인식하며, 이는 높은 자아존중감으로 이어진다"라고 한다. 부모의 관심이 아이의 정서적 안정과 자존감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간단한 방법 세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일상 대화의 질을 높이자. 하루 5분이라도 아이와 눈을 맞추고 그날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오늘 기분이 어땠어?"와 같은 간단한 질문으로 시작할 수 있다.
둘째, 구체적인 관심을 표현하자.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이나 친구에 대해 물어보며 세부적인 호기심을 보여주자. "그 게임이 왜 그렇게 재미있는 거야?"라고 물어보면 아이는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가 존중받는다고 느낀다.
셋째, 함께하는 시간의 질을 높이자. 주말에 아이와 함께 산책하거나 간단한 놀이를 통해 아이의 세계를 직접 경험해 보자. 이런 순간들이 아이의 내면을 더 깊이 이해할 기회가 된다.
주의할 점도 있다. 아이가 대답을 피하거나 얼버무릴 때 다그치지 말자. 마치 형사가 범인을 취조하듯 캐묻는 태도는 역효과를 낳는다. 갑작스러운 관심에 아이가 당황할 수 있으니,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관심의 손전등을 비추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흔히 아이를 미성숙한 존재로 여기며 항상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올바르게 성장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가르치고, 지도하고, 훈육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러다 보니 관심의 초점이 아이가 아닌 부모 자신의 불안으로 향하게 된다.
'어떻게 말해야 이 나쁜 습관을 고칠까?' '어떻게 하면 숙제부터 하게 만들 수 있을까?' '게임만 하는데 뭐라고 해야 그만둘까?'
이제 그 손전등의 방향을 돌려보자. 모든 관심을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해 보자. 우리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언제 행복한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진심으로 알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다가가자.
아이에게 온전한 관심을 기울일 때, 아이는 자신이 사랑받고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며 건강하게 성장한다. 반대로 관심이 부족하면 아이는 외로움을 느끼고 부모와의 정서적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
아이의 행동 이면에 있는 마음을 이해하게 되면, 잘못된 습관을 교정하려 애쓰기보다 그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지혜로운 부모가 될 수 있다.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탐험의 대상이다. 작은 행동 하나, 스쳐가는 표정 하나,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에서 아이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는 과정은 놀라움과 기쁨으로 가득하다.
아이에게 향한 관심은 아이의 세상을 밝히는 동시에, 부모 자신의 불안을 해소하고 부모-자녀 관계를 풍요롭게 만든다. 통제가 아닌 이해로, 교정이 아닌 공감으로 다가갈 때 아이는 부모의 따뜻한 시선 속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