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글을 쓴 지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이제 막 한 살배기 작가가 된 셈입니다. 하지만 다른 의미로 저는 서른 살이기도 합니다. 김종원 작가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글쓰기를 시작한 지 30년이 되었다는 의미지요. 저는 46년을 준비해 온 작가이니까요.
작년 3월, 저는 위태로운 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교사라는 역할에 깊은 회의를 느끼며 매일 사직서를 품고 다녔습니다. 잿빛으로 가득했던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에 무작정 쓰기 시작했습니다. 저녁 식탁에서 우연히 펼친 책의 한 문장에 이끌려 홀린 듯 컴퓨터를 켜고 블로그의 첫 문을 열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두 번째 삶, '정상가치'의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제 안에는 불평과 불만뿐이었고, 그 어두운 감정들을 글로 옮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교사라는 신분을 드러내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글을 쓰기 위해 저는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글감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쓰는 사람만이 앞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쓰지 않고 살았던 세월은 내 삶이 아닙니다.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 김종원
책을 읽자 비로소 쓸거리가 보이기 시작했고, 글을 쓰니 더 깊이 읽고 싶어졌습니다. 이 아름다운 순환 속에서 저는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변하고 있었습니다. 화를 내는 대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교사가 되었고, 찡그린 얼굴 대신 미소로 학교 건물에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사춘기 아이들을 위한 종이책을 쓰고 있습니다. 1년 전의 제가 지금의 저를 본다면, 과연 믿을 수 있을까요.
매미는 세상의 빛을 보기 위해 수년에서 십수 년을 땅속에서 보낸다고 합니다. 저의 지난 46년은 어쩌면 글을 쓰기 위해 보낸 인고의 시간이었을지 모릅니다. 무엇을 시작하기에 늦은 때란 없다는 진부한 말을, 저는 제 삶으로 증명해 보이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이 무언가를 망설이며 보낸 그 모든 시간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쓰기 위해 준비한 세월'이며, 당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놓기 위한 단단한 초석입니다.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