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이렇게 친구가 없지?"
어린 시절, 이런 고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돌이켜보면 학창 시절의 가장 큰 고민은 성적보다 관계였던 것 같습니다. 수많은 아이들이 모인 교실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혼자가 된다는 건, 어린 마음에 꽤나 큰 공포로 다가오곤 했죠.
저에게는 '도시락'이라는 생존의 문제가 걸려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도시락 뚜껑을 열었습니다. 그 왁자지껄한 소음 속에서 홀로 앉아 밥을 넘겨야 하는 순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저는 제 내성적인 성격을 탓하며 억지로 밝은 척 가면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가면은 생각보다 질겨서 40년 가까이 제 얼굴에 머물렀습니다.
교사가 되어 마주한 아이들의 세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급식으로 점심 풍경은 바뀌었지만, '혼자'라는 단어가 주는 서늘함과 두려움의 무게는 여전했습니다. 특히 친했던 친구와 특별한 이유 없이 멀어지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깊은 상처와 혼란을 남깁니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서 문제를 찾으려 애씁니다.
이런 고민에 대해 김종원 작가는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에서 명쾌한 진단을 내립니다. 우리는 세 가지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죠.
1 친구가 많아야 한다는 강박
2 내가 변해야 한다는 착각
3 문제는 내게 있다는 오해
우리는 늘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배우고, 무리에서 소외되면 내게 결함이 있다고 오해합니다. 인기가 많은 아이가 행복의 기준이 되고, 그 기준에 맞추기 위해 나를 바꿔야 한다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요즘 아이들이 마음 맞는 친구를 사귀기란 더 어려워졌습니다. 한 반에 스무 명 남짓한 아이들, 성별을 나누면 고작 열 명. 그 안에서 나와 완벽하게 맞는 영혼의 단짝을 찾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운 좋게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나도 사춘기의 예민한 감정선 위에서 그 관계가 언제까지나 평온하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사소한 오해로 한 명이 소외되는 일은 비일비재하죠. 잘못한 게 없는데도 혼자가 된 아이는 깊은 자책의 늪으로 빠져듭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아이들에게 다른 이야기를 해줍니다. "혼자서도 강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누구에게도 기대거나 의지하지 않고,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고 즐길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입니다. 고독을 이해하는 사람은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세상을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압니다. 역설적이게도, 홀로 설 수 있을 때 타인을 더 깊이 이해하고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혹시 아이가 혹은 당신이 관계의 어려움 속에서 힘들어하고 있다면, 김종원 작가의 이 문장을 가만히 음미해보시길 바랍니다.
혼자 남는 건 두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나는 혼자서도 강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손을 잡을 때, 비로소 서로에게 힘을 줄 수 있다는 멋진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기대어 나의 존재를 확인받으려 애쓰기보다, 나 스스로 단단하게 우뚝 서는 하루를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당신의 고독이 당신을 더 멋진 사람으로, 그리고 더 좋은 관계로 이끌어 줄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