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지 않고 아이를 성장시키는 법

by 정상가치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면, 때때로 깊은 무력감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몇 번이고 반복해도 메아리가 없는 벽을 향해 외치는 기분이 들 때, 에너지가 소진되는 것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붙잡아야 할 본질은 무엇일까요.


마케터가 인간 혐오에 빠지면 끝이 없어요. 사람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 하는 게 ‘마케터’입니다.
<기록의 쓸모>, 이승희 지음


우연히 읽게 된 책의 한 구절이 유독 마음에 남았습니다. 비단 마케터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학생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 하는 교사에게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말입니다.

어제, 저는 이 문장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체험학습을 떠나기로 한 날, 평소처럼 지각이 잦은 한 아이가 약속된 시간까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애타는 마음으로 부모님과 아이에게 번갈아 전화를 돌렸고, 8시 50분에는 출발해야 한다고 간신히 전했습니다.


하지만 버스는 45분에 도착했고, 아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준비를 마친 다른 18명의 아이들을 보며 저는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버스를 타러 이동하며 아이의 부모님께 늦으면 직접 체험학습 장소로 와주실 수 있는지 여쭸습니다. 제 독촉이 불편하셨는지, 그럼 아이를 보내지 않겠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착잡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차에 태우는데, 저 멀리서 가방을 멘 아이가 헐레벌떡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순간, 아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격앙된 감정이 섞인 말이 나갈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체험학습은 즐거웠고, 돌아오는 길에야 비로소 아이에게 넌지시 말했습니다. 다음에는 조금만 일찍 와주면 좋겠다고. 아이는 멋쩍게 웃으며 이미 부모님께 욕을 먹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잘못은 아이에게 있지만, 그 말을 들으니 마음 한편이 안쓰러워졌습니다.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교사는 자신도 모르게 여러 역할을 수행합니다. 질서를 잡는 경찰이 되기도 하고, 잘잘못을 가리는 판사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규칙의 잣대로 판단하고 엄하게 다루게 됩니다.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친 채 말입니다.


아이들의 곁에서 공감하고 위로하며 좋은 영향력을 주는 일. 이것이야말로 교육의 본질이 아닐까요. 관심과 애정의 눈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아이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공감과 위로의 말을 건넬 때, 아이의 굳게 닫힌 마음에 닿을 수 있습니다.


이는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늦었다고 무작정 화를 내고 책망하는 것으로는 아이를 성장시킬 수 없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오늘,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교사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아이에게 따뜻한 관심과 애정을 쏟겠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고 공감하며,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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