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벤치나 땅바닥에 앉아라. 정적의 순간을 기다려라. 아무것도 하지 마라. 기도도 하지 말고 그냥 앉아서 당신의 영혼으로 다가오는 대상에 주목하라. 이 순간 당신은 그저 존재한다.
<쉼과 나아감에 대하여>, 마릴린 폴 지음
어떤 계획도 없이 문을 나섰다. 평소의 나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늘 무언가를 ‘하기 위해’ 밖으로 향했으니까.
발길 닿는 대로 걷다 공원에 들어섰다. 문득 작은 나뭇잎 하나를 찾고 싶어졌다. 시선을 땅으로 향한 채 천천히 걸었고, 마음에 드는 잎사귀 하나를 주워 벤치 옆에 가만히 내려놓았다. 그리곤 그저 앉아 있었다.
고개를 드니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펼쳐졌다. 뭉게구름 떠다니는 하늘을 좋아했지만, 이렇게 텅 빈 하늘도 나름의 깊이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겨우 5분의 시간. 이 짧은 순간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 만큼, 도시의 한복판에서 경험하는 고요함은 달콤했다.
‘내가 있구나. 내가 지금, 여기에.’
처음엔 ‘적당한’ 나뭇잎을 찾아 헤맸던 내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다. 무엇이든 의미를 부여하고 기준을 세우던 습관이 거기까지 따라온 것이다. 옆에 놓인 나뭇잎 친구를 보니, 그 모든 과정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마음속에 편안함이 차올랐다. 헬스장에서 기계 소리를 들으며 오디오북에 집중하던 나의 ‘운동 시간’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쉼이었다. 그곳에는 땀과 목표는 있었지만, 자연의 숨결은 없었다.
이토록 홀가분한 순간이 얼마 만일까. 자연은 언제나 내 곁에 있었는데, 애써 외면했던 것은 나 자신이었다. 고작 5분의 시간이 건넨 위로. 이런 거,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