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 편이 가져다준 온기

by 정상가치

"내 글이 누군가에게 정말 가닿고 있을까?"

"이 활자들이 과연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인 흔적을 남길 수 있을까?"


고요한 새벽, 노트북을 켤 때면 문득 이런 의문이 저를 찾아오곤 합니다. 세상을 향해 글을 열어 보이는 행위는 결국 타인의 존재를 전제하기에, 제 이야기가 공허한 외침으로 흩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글 쓰는 내내 숙제처럼 남습니다. 어제, 저는 그 오랜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을 얻었습니다.


얼마 전, 저는 전자기기를 수리하러 서비스 센터에 방문했던 경험을 블로그에 공유했습니다.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휴대폰 뒷번호가 아닌 제 이름을 불러주며 존중을 표하고, 작은 부분까지 함께 기뻐해 주던 한 엔지니어의 진심 어린 태도에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 따스한 경험을 글로 옮겼고, 며칠 뒤 센터의 만족도 조사에 참여하며 제가 썼던 글의 주소를 첨부했습니다.


그리고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수리가 잘 되었는지 묻는 엔지니어님의 연락이었습니다. 그와 잠시 나눈 대화는 제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고객님 소중한 일상의 한페이지에 좋은 기록으로 남겨진거같아서 너무 기쁩니다. 요즘 너무 바빠서 일상에 지쳐있었는데 이렇게 먼가 보람을 느끼게 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제 글이 격무에 지친 누군가의 일상에 작은 위로가 되었다는 사실. 나아가 그의 일에 보람을 느끼게 했다는 것.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있을까요. 제 키보드 위에서 태어난 문장들이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아 온기를 전했다는 생각에 가슴 벅찬 행복을 느꼈습니다.


사실 이 경험 또한 블로그에 담아도 될지 망설였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 타인에게는 별다른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죠. 그때, 며칠 전 읽었던 이웃 블로거 리웨이님의 글이 떠올랐습니다. 예약제 공간 '작가의 서재'에서 우연히 만난 타인에 대한 배려, 알고 보니 그 역시 블로거였다는 신기한 우연, 그리고 처음 만난 이와 크로플을 나누며 두 시간 동안 이야기를 꽃피운 그날의 에피소드.


그 글은 참으로 사적인 이야기였지만, 낯선 이를 향한 경계 없는 친절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류애는 제게도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그런 글을 읽으면 세상이 아직은 참 살만하다는 안도감이 듭니다. 우리가 발 딛고 선 세상이 여전히 따뜻하다는 증거를 발견한 기쁨 때문이겠지요.


제가 겪은 온기, 리웨이님이 나눠주신 따스함. 이런 경험들을 글로 전하는 것에 어쩌면 작은 사명감 같은 것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매일이 영화처럼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소한 순간도 '특별하다'고 느끼는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면, 우리의 일상은 의미 있는 장면들로 채워집니다.


제 글이 엔지니어님께 보람을 드렸듯, 리웨이님의 글이 제게 인류애를 선물했듯, 저 또한 앞으로 미소를 자아낼 수 있는 글들을 더 많이 쌓아가고 싶습니다. 제 작은 이야기가 세상을 아주 조금, 딱 한 스푼 정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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