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말이 있다. 5만 비트가 넘는 외부 정보 속에서 우리가 받아들이는 건 고작 2천 비트에 불과하다고 한다. 뇌의 '망상활성계'가 대부분을 걸러내기 때문이다. 나에게 광화문 교보문고는 늘 그런 공간이었다. 수많은 책 속에서 그저 읽고 싶은 책 몇 권만 보이는 곳. 하지만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순간, 서점은 완전히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얼마 전, 곧 투고할 부모 교육 원고를 품에 안고 오랜만에 교보문고로 향했다. 동료 작가인 비티오님과 함께였다. 육아 코너, 그중에서도 부모 교육 서가가 모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서 나는 책의 일생을 보았다. 갓 태어난 신간들이 가장 잘 보이는 판매대 위에서 독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AI에 지지 않는 아이>처럼 시대의 흐름을 읽어낸 영리한 제목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옆에는 출판사에서 비용을 들여 전면 광고를 하는 공간이 있었다. 이전에는 무심히 지나쳤을 풍경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하나하나가 출판사의 간절한 외침으로 보였다. 이 책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저자를 빛내고 싶다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책등만 겨우 보이는 책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신간의 시기를 놓치고 독자의 기억 속에서 멀어진 책들. 저곳으로 옮겨지는 순간, 작정하고 찾아온 사람이 아니고서는 다시 눈길을 받기 어렵다. 내 원고의 운명은 어디쯤에 놓이게 될까. 표지 디자인 하나, 제목 한 줄에 얼마나 많은 고민을 녹여내야 하는지 새삼 깨달았다.
"여기서 찍어요. 베스트셀러가 될 거니까."
비티오님이 나를 베스트셀러 코너 앞으로 이끌었다. 그의 말 한마디에 쑥스러우면서도 가슴 한편이 뜨거워졌다. 내가 이곳까지 오는 길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방에 살아 운전이 서툰 나를 위해 아내는 기꺼이 운전대를 잡았다. 그 이야기를 기억한 비티오님은 아내와 아이를 위한 선물을 챙겨왔다. 내 주변에는 이토록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이 많다.
온라인 주문의 편리함에 잊고 있던 서점의 현장감은 실로 대단했다. 옹기종기 모여 동화책을 읽는 아이들, 아이를 위해 신중하게 책을 고르는 부모님들의 모습에서 살아있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어제 교보문고에서의 몇 시간이 마지막 퇴고를 앞둔 나에게 강력한 동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이제 30개의 출판사에 내 소중한 원고를 보낼 것이다. 그 과정과 결과 또한 이곳에 기록하려 한다. 내 책이 당당하게 교보문고 판매대를 장식하는 그날, 가장 먼저 축하 소식을 전하고 싶다. 책과 함께, 좋은 사람들과 함께 정상으로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