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함이 모여 단단함을 만들 때

by 정상가치

매일 무엇인가를 꾸준히 해나간다는 것. 자기계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습관의 개수'라는 딜레마에 빠져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더 많은 목표를 세워야 할까, 아니면 핵심적인 몇 가지만 추려야 할까. 저 역시 오랫동안 그 갈림길에서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두 권의 책과 약간의 사색을 통해 하나의 결론에 닿았습니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일이라면, 그 습관은 많을수록 좋다는 것입니다.


한때 저의 하루는 할 일 목록(To-do list)을 지워나가는 쾌감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건조기 필터 청소', '로봇청소기 돌리기' 같은 아주 사소한 집안일까지 목록에 적어두고, 하나씩 지워질 때마다 밀려오는 뿌듯함을 즐겼습니다. 마치 하루를 굉장히 성실하게 살고 있다는 만족스러운 착각에 빠져들었죠.


그러다 고은미 작가의 문장을 만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할 일 목록은 자꾸 늘어나기 일쑤다. 심지어 목록을 지우는 것 자체에 재미를 느껴,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까지 모두 할 일 목록에 집어넣는 사람도 있다. <스쳐 지나갈 것들로 인생을 채우지 마라>, 고은미


정곡을 찔린 기분이었습니다. 어쩌면 저는 중요한 일을 해내는 성취감이 아니라, 사소한 일을 지우는 행위 자체에 중독되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깨달음 이후, 저는 당장 할 수 있는 사소한 일들은 목록에서 지워나갔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책이 제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프리랜서 북디자이너 이노우에 신파치의 이야기였습니다. 1년에 200권의 책을 디자인하고, 매일 40개의 습관을 실천하는 그가 정반대의 조언을 건넵니다.


업무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일을 할 때는 할 일을 세세하게 정해둔다. 그리고 자잘한 잡일까지 포함해서 그날 안에 모두 처리한다. 그런 과정을 매일 반복한다. <꾸준함의 기술>, 이노우에 신파치 지음 / 지소연 옮김


얼핏 보면 두 저자의 주장은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한 명은 사소함을 덜어내라 하고, 다른 한 명은 사소함까지 끌어안으라고 말하니까요. 이 모순 속에서 저는 습관의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개수'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크기'였습니다. 과거의 제가 실패했던 이유는 '너무 잘하려는' 마음에 힘이 잔뜩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반면, 이노우에 신파치가 매일 40개의 습관을 이어갈 수 있었던 비결은 모든 일을 '5분 안에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단위로 쪼갰기 때문입니다.


그의 책을 길잡이 삼아, 저는 다시 습관 목록을 정교하게 다듬기 시작했습니다. 목표를 더 잘게 나누고, 어떤 일이든 5분 안에 시작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거창한 목표 아래에서는 무기력했지만, 사소한 행동 지침 앞에서는 쉽게 몸을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같은 글도 어떤 관점으로 읽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처럼, 습관도 어떤 크기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립니다. 당신의 목록에 잠자고 있는 거창한 목표가 있다면, 오늘 그것을 아주 작은 행동으로 잘게 쪼개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사소함이 모여 만드는 하루의 단단함을 분명 느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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