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나뭇잎에서 나의 행복을 보다

by 정상가치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랍니다. 매일 차려주는 따뜻한 밥과 깨끗한 옷, 편안한 잠자리를 너무나 당연한 세상의 법칙처럼 받아들이곤 하죠. 그 당연함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부모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마음을 쏟아붓는지는 한참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어렴풋이 짐작할 뿐입니다. 때로는 그 당연함이 야속하게 느껴지는 날도 있습니다. 이 작은 아이의 마음에 감사의 씨앗을 어떻게 심어줄 수 있을까요.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들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가르치고, 사랑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해야 하는지 깨닫는다.
<쉼과 나아감에 대하여>, 마릴린 폴 지음 / 김태훈 옮김


마릴린 폴은 그녀의 책 <쉼과 나아감에 대하여>에서 의외의 해답을 제시합니다. 바로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연구 결과가 자연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태도는 한결 차분해지고, 고질적인 불안과 주의력 결핍 증세는 완화됩니다. 자연 속에서 아이들은 타인과, 그리고 자기 자신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며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창의성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문득 어제저녁, 선선해진 바람을 핑계 삼아 아내와 아이의 손을 잡고 동네 산책에 나섰던 일이 떠오릅니다. 한참을 걷던 아이가 갑자기 저를 불러 세웠습니다. 아이의 작은 손가락이 향한 곳엔 이름 모를 나뭇잎 하나가 떨어져 있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잎사귀 표면에 작은 무지개가 앉아 빛나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제게 사진을 찍어달라며 재촉했고, 저는 아이의 작은 발과 무지개를 품은 나뭇잎을 함께 프레임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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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제 휴대폰으로 찍은 다른 사진들을 넘겨보니, 제게는 그저 익숙한 풍경이었던 길가의 풀과 꽃들이 주인공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이의 시선 속에서 평범한 것들은 얼마나 예쁜 이름을 달고 있었는지요. 글을 쓰는 지금,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니 그 마음이 전해져 저 또한 예쁘다는 생각을 합니다.


먼 숲을 찾아가지 않더라도 동네를 걷고, 공원에 가고, 나뭇가지나 나뭇잎을 찾아서 유심히 관찰해보라. <쉼과 나아감에 대하여>, 마릴린 폴 지음 / 김태훈 옮김


산책 내내 아이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저는 굳이 아이에게 감사함을 느꼈는지 묻지 않았습니다. 감사는 가르치거나 강요해서 얻어지는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저 어제, 우리가 함께 꽃과 나무를 보며 느긋하게 걸었던 그 평범한 일상이 아이의 마음에 작은 울림을 남겼기를 바랄 뿐입니다. 엄마 아빠와 함께 걷는 그 시간 자체가 더없이 행복하고 감사한 순간이었음을 언젠가 자연스레 깨닫게 될 테니까요.


어느덧 입추가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붑니다. 오늘, 사랑하는 가족의 손을 잡고 가까운 공원이라도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아무 말 없이 그저 자연의 소리와 향기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행복은 우리 곁에 아주 가까이 와있음을 알게 될 겁니다. 아이도, 그리고 우리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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