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해야 할 새벽, 평소보다 늦게 글을 씁니다. 늘 글을 쓰던 시간에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어젯밤 늦게 잠든 탓입니다. 정확히는 오늘 새벽 5시 45분에 잠이 들었으니, 7시에 맞춰둔 알람은 울렸는지조차 모릅니다. 1시간 남짓 자고 일어날 수 있으리라 믿었던 제 자신이 조금은 어리석게 느껴집니다.
사람에겐 저마다의 절대적인 수면 시간이란 게 있나 봅니다. 오늘의 실패로 미루어 보아 저에게는 최소 4시간의 잠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무리 늦어도 새벽 2시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6시 기상을 약속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섭니다. '스스로 습관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이래도 괜찮은가' 하는 자책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물론 늦게 잠든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오후 늦게 마신 고카페인 음료입니다. <건강의 뇌과학>에서는 커피를 오후 2시 이전에 마시길 권하지만, 저는 3시가 넘어 편의점에서 카페라테를 마셨습니다. 겉면에 선명했던 '고카페인 함유'라는 문구를 무시한 대가입니다. 둘째는 보상 심리처럼 찾아온 넷플릭스 시청입니다. 낮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날이면, 밤은 더 달콤한 유혹의 손길을 내밉니다. 그렇게 '잠깐만'으로 시작한 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새벽까지 저를 붙들었습니다.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넷플릭스의 치밀한 설계에 감탄할 정도였습니다.
매일 아침 꾸준히 무언가를 해오면서 저는 오만해졌나 봅니다. 제 의지력이 생각보다 강해졌다고 착각했습니다. 하지만 의지력은 유한한 자원이라는 사실을 오늘 아침 온몸으로 깨닫습니다. 의지를 맹신하기보다, 의지가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영리하게 조성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희망적인 변화는 있습니다. 예전의 저였다면 이런 상황에서 심한 자책감에 빠져들었을 겁니다. '역시 나는 변하지 않아', '이번에도 실패했어' 같은 부정적인 독백을 되뇌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거두었겠죠.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릅니다. 실패한 상황을 타박하기보다 객관적인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방심이 얼마나 위험한지, 꾸준함이란 얼마나 섬세한 균형 위에서 유지되는지에 대한 소중한 교훈도 얻었습니다.
다시 내일의 아침을 되찾기 위해 두 가지를 다짐합니다. 커피는 오후 2시 이전에, 되도록 연하게 마실 것. 그리고 잠들기 전에는 모든 전자기기와 거리를 둘 것. 오늘 이 다짐을 지켜내어, 내일은 다시 정해진 시간에 책상 앞에 앉으려 합니다. 혹시나 저의 글을 기다렸을 분이 계셨다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