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하지만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바로 ‘좋은 부부’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아이를 위한 수많은 교육법과 이론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가르침은 바로 행복한 부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이야말로 아이에게 세상 가장 단단한 정서적 안정감을 물려주는 일입니다.
"아이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나중에 잘 되는 것이 아니라 엄마, 아빠가 이혼하지 않고 현 가족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최광현, <가족을 다 안다는 착각> 중에서
어린 시절, 부모님이 다투시던 밤의 공기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제 방 침대 위,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두 손으로 귀를 막아도 그 소리는 어김없이 파고들었습니다.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두려움과 불안. 아이가 부모의 싸움을 보며 겪는 고통이 전쟁의 공포와 유사하다는 말을 저는 온몸으로 이해합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갈등이 가장 안전해야 할 집 안에서 벌어질 때, 아이의 세계는 속수무책으로 흔들립니다.
그 기억 때문이었을까요.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다툼이 생기면 극심한 불안에 시달렸습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갈등 그 자체가 반복되면 행복한 미래를 그릴 수 없다는 공포가 앞섰습니다. 모든 분란이 결국 나의 문제라는 자책으로 이어지며 스스로를 괴롭혔습니다.
그런 제가 변했습니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고 제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저희는 연애 시절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한결같은 아내 덕분에 저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안식처를 얻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늘 아내에게 무언가 더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샘솟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를 아내는 온 힘을 다해 안아줍니다. 그로 인해 아내의 목과 허리는 늘 뻐근한 신호를 보냅니다. 그래서 최근 저의 저녁 일과에 새로운 습관이 하나 추가되었습니다. 아내의 목과 등을 주물러주는 것입니다. 군대 선임 덕에 어깨너머로 배운 마사지 기술이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아내의 어깨를 주무르고 있으면, 어느새 딸아이가 다가와 고사리손으로 그 모습을 흉내 냅니다. 엄마 팔을 조물조물 만지는 아이의 모습에 아내는 간지럽다며 소리 내어 웃습니다.
언젠가 아이가 툭 던지듯 말했습니다. 엄마 아빠가 사이가 좋아서 자기도 참 좋다고. 우리가 아이에게 일부러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며 살다 보니 다툴 일이 없었을 뿐인데, 아이는 그 안에서 충만한 사랑과 안정을 느끼고 있었던 겁니다. 유치원생 딸아이가 “나도 아빠처럼 엄마한테 다정한 사람이랑 결혼할 거야”라고 말할 땐, 이른 감이 있음에 웃음이 나면서도 마음 한편이 뭉클해졌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다툼을 보며 ‘나는 결코 저렇게 살지 않으리라’ 다짐하곤 했습니다. 내 아이에게는 부부 싸움의 공포를 절대 물려주지 않겠다고. 그 오랜 약속을 잘 지켜내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한 요즘입니다. 아이가 보든 안 보든 아내에게 다정하게 말하고, 무언가 도와줄 일은 없는지 살피는 일. 그것이 곧 평화로운 가정을 만드는 가장 확실한 길이었습니다.
결국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합니다.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주기 전에, 먼저 당신의 배우자에게 더 잘해주십시오. 그러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건강한 독립을 준비하며 엄마, 아빠처럼 행복한 관계를 꿈꾸게 될 것입니다. 진정한 인간관계를 추구하는 어른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가정에서 가장 위대한 것을 보고 배웠으니까요. 오늘, 당신의 가장 가까운 사람과 더없이 행복한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