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앞에서 작아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제 막 하얀 화면을 열었을 뿐인데, ‘과연 의미 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릅니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다짐, 전문가처럼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때로는 글쓰기의 가장 큰 방해물이 되곤 합니다.
최근 생성형 AI가 글쓰기의 새로운 대안처럼 떠올랐습니다. 몇 개의 키워드만 입력하면 순식간에 그럴듯한 글 한 편이 완성됩니다. 가히 혁명적이라 불릴 만한 편리함입니다. 하지만 AI가 만든 문장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모르게 밋밋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AI는 기존에 존재하던 수많은 문장을 학습하고, 가장 확률 높은 단어의 조합을 찾아낼 뿐이기 때문입니다. 본질적으로 세상에 이미 있던 글들의 짜깁기에 머무릅니다.
그래서 AI는 결코 ‘세상에 없는 한 줄’을 창조해내지 못합니다. 그것은 오직 우리, 고유한 경험과 생각을 지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우리 각자의 유전자가 다르듯, 살아온 환경과 축적한 생각이 모두 다릅니다. 자기 검열의 벽만 허물 수 있다면, 우리 안에는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샘이 흐릅니다.
내 글의 가치를 떠나서 세상에 없는 한 줄을 만들어냈다는 쾌감이 행복이다.
<이 책은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 고명환
고명환 작가의 이 문장은 글쓰기의 본질을 꿰뚫습니다. 글의 가치를 타인의 평가나 조회수로 판단하기 전에, 세상에 없던 나만의 문장을 엮어냈다는 작은 성취감이야말로 우리를 계속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책 한 권에서 밑줄 그을 단 한 문장을 발견하듯, 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그런 반짝이는 순간을 선물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요.
물론 글 전체가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수려한 문장으로 가득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을 내려놓아도 괜찮습니다. 때로는 단 하나의 문장이 글 전체를 빛나게 하고,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깊은 울림을 주기도 합니다. 당신의 글에도 분명 그런 문장이 숨어 있습니다. 혹시 발견하지 못했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나의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글은 충분히 제 역할을 다한 셔입니다.
세상에 없는 나만의 문장을 쓰는 가장 확실하고 쉬운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매일, 아주 조금이라도 쓰는 것입니다. 틈틈이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하고, 그 기록의 조각들을 이어 붙여 하나의 글로 완성해나가는 꾸준함. 그 성실한 과정 속에서 창의성은 자연스레 깨어납니다.
오늘, 당신의 책상 위에서 세상에 없던 어떤 문장이 태어날까요. 그 작은 반짝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