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내가 세상에서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어쩌면 그 해묵은 질문의 답이 지금 우리 곁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말일지도 모릅니다.
최근 김진이 작가의 <뭘 해도 잘 되는 사람의 말센스>라는 책을 통해 우연히 오래전 방송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던 장항준 감독의 이야기였죠.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장항준 감독이 아버지와의 일화를 들려준 적이 있다.
어린 시절, 공부 때문에 힘들어하던 그에게 아버지가 해준 말이 바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공감의 한마디가 아닐까 싶다.
<뭘 해도 잘 되는 사람의 말센스>, 김진이
늘 유쾌하고 구김살 없어 보이는 그에게도 남모를 아픔이 있었습니다. 공부 잘하는 친척과 끊임없이 비교당하며 괴로워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입니다. 굳이 꺼내 보이고 싶지 않은 앨범처럼, 저에게도 비슷한 빛바랜 사진이 한 장 있습니다. 명절마다 모인 친척들 앞에서 형제들과 비교당하며 고개를 숙여야 했던 그 시간들. 어른들의 무심한 말이 어린 마음에 얼마나 깊은 생채기를 내는지 그때는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장항준 감독의 곁에는 현명한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주눅이 든 아들에게 그의 아버지는 다그치거나 채찍질하는 대신, 따뜻한 공감의 말을 건넸습니다. "괜찮아! 아빠도 공부 못했어. 그래도 아빠 사장 됐잖아." 이 한마디가 소년의 남은 날들을 지탱하는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었으리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위로, 당신의 길을 가도 괜찮다는 믿음이 지금의 장항준 감독을 만들었을 겁니다.
누구나 곁에 나와 같은 경험을 한 멘토나 선배가 있거나 나를 늘 아낌없이 보듬어주는 가족과 같은 존재가 있을 수는 없다. 그런 사람이 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일 것이다.
<뭘 해도 잘 되는 사람의 말센스>, 김진이
작가 말대로 그런 존재는 행운입니다. 때로 가족은 세상 가장 날카로운 말로 서로를 베는 존재가 되기도 하니까요. 가장 가까운 만큼 상처의 골도 깊어집니다. 저 역시 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더 큰 추위를 느끼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과거에 내가 그런 말을 듣지 못했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런 말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결핍을 알기에 우리는 더 따뜻한 사람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내가 간절히 듣고 싶었던 그 말을,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건넬 수 있습니다.
배우자에게, 아이에게, 혹은 부모님께. 때로는 직장 동료나 스쳐 가는 인연에게도 다정한 말 한마디를 건넬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겐 있습니다. 내 안의 온기 한 조각이 누군가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그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르는 놀라운 가능성. 그리고 무엇보다, 그 말은 나 자신에게 가장 먼저 필요합니다.
함부로 말을 내뱉고 싶어질 때, 이 글을 기억하려 합니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그리고 상처받았던 어린 시절의 나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려 합니다. 당신의 마음에도 온기가 더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