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날마다 꾸준히 하는 일 가운데 ‘이건 정말 간단하고 좋아’라고 생각하는 습관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밖으로 나가서 스마트폰으로 하늘을 사진에 담는 것이다. 시간으로 따지면 10초 정도가 걸린다. <꾸준함의 기술>, 이노우에 신파치 - 밀리의 서재
언제부턴가 저의 아침 의식에 새로운 순서가 더해졌습니다. 매일 아침, 하늘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일입니다.
물론 이전에도 유난히 하늘이 아름다운 날이면 카메라를 들곤 했습니다. 저는 예로부터 구름의 다채로운 표정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특히 해 질 녘의 붉은 노을이나, 짙푸른 바다 위로 뭉게뭉게 피어나는 새하얀 구름은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습관'으로 만들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분주한 하루 속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은 어쩌면 사치나 시간 낭비처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아침 운동 후 헬스장 로고를 찍거나 스마트워치의 운동 기록을 남기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문밖을 나섭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초점을 하늘에, 특히 제가 사랑하는 구름에 맞춥니다. 그 짧은 순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행위는 놀랍게도 그날의 감정을 잔잔하게 다스려 줍니다. 과학적 근거를 묻는다면 마땅한 답은 없습니다. 다만, 드넓은 하늘을 마주하고 나면 사소한 일에 감정을 소모하지 않게 되는 스스로를 발견할 뿐입니다. 끓어오르던 화도 하늘 위 구름을 보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여기게 됩니다.
책 <꾸준함의 기술>에서 저자는 베란다에서 10초 만에 하늘 사진을 찍어 별도의 SNS 계정에 올린다고 합니다. 저의 경우는 방충망의 방해 없이 온전한 하늘을 담고 싶어 밖으로 나서는 수고를 더합니다. 모자를 눌러쓰고 옷을 챙겨 입으니 10초보다는 긴 시간이 걸리지만, 그 시간이 전혀 아깝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밖으로 나서는 김에 소소한 임무도 수행합니다. 밤사이 현관 앞에 모아둔 재활용품을 챙겨 나가는 것이죠. 전날 밤, 아내에게 버려야 할 것을 미리 물어보고 기억해 둡니다. 이 여정의 필수품은 단연 스마트폰입니다. <역행자>의 저자는 스마트폰 없이 산책하기를 권했지만, 저는 구름을 기록해야 하기에 그의 조언을 온전히 따르지는 못합니다.
아파트 단지에는 아담한 나무 의자가 하나 놓여 있습니다. 저는 그곳에 잠시 앉아 명상의 시간을 갖습니다. 창문을 열고 방 안에서 하는 명상도 좋지만, 풀벌레 소리를 배경 삼아 즐기는 야외 명상은 마치 <월든>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된 듯한 고즈넉한 기분을 선사합니다.
오늘도 산책길을 걸으며 부지런히 셔터를 눌렀습니다. 하늘을 가리는 아파트 건물이 아쉬울 때도 있지만, 다행히 저에겐 해결책이 있습니다. 사진 편집 앱의 AI 기능을 이용해 건물을 지우면, 제가 원했던 하늘의 모습만 오롯이 남길 수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때로는 이렇듯 아날로그적인 낭만을 지켜주기도 합니다.
지난주, 아침 글쓰기에 몰두하느라 잠시 이 루틴을 놓친 날이 있었습니다. 대신 출근 후 교실 창문을 열고 하늘을 찍었습니다. 일찍 등교한 학생이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기에 "구름이 참 예쁘지 않니?" 하고 말을 건넸습니다. 아이는 금세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 순수한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었지만, 사춘기 소년의 초상권은 소중하니까요.
수업 중 소란스러운 순간이 찾아올 때도, 저는 잠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그 찰나의 시선이 격해지려는 마음을 다독여 줍니다. 화를 내기엔 하늘이 너무나 아름다운 까닭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단지 내 작은 인공 폭포가 기분 좋게 물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그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당신의 하루도 평온과 행복으로 가득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