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일에 비중을 더 두되 아주 짧게라도 ‘꿈을 이루고 나면’이라고 미뤄둔 일들을 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다.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김유진 지음
당신에게는 꿈을 이루고 난 뒤에 하고 싶은, 고이 미뤄둔 일이 있으신가요? 저에게는 그것이 '글쓰기'였습니다.
유독 암울했던 고등학교 시절, 기억의 대부분은 희미한 안갯속 같지만 작문 시간만큼은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원고지 칸을 삐뚤빼뚤 채워나가며 짧은 글을 쓰던 그 순간은, 저에게 유일한 숨구멍이었습니다.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와 우등생이던 누나와 동생을 향한 질투심으로 점철된 그 시기, 저는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용기가 없었던 탓도 있지만, 어쩌면 글쓰기라는 행위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제 등을 붙잡아 주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소중한 글쓰기를 제 삶 속으로 온전히 초대할 틈은 없었습니다. 교대에 진학해 잠시 블로그의 문을 열었지만, 이내 바쁜 학교생활에 잠식되어 멈춰버렸죠. 그렇게 멈췄던 블로그를 2024년 3월 25일, 저는 다시 시작했습니다. '정상가치'라는 새로운 이름과 함께 말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모닝 클럽에는 '최소 5분 글쓰기'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아무리 분주한 아침이라도 하루 5분 정도는 온전히 자신을 위해 글을 쓸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된 작은 규칙입니다. 바로 이 글쓰기가 17살 소년의 삶을 지탱했듯, 47살의 저를 새로운 인생의 길목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글은 이미 글 쓰는 삶을 살고 있는 당신에게는 불필요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른 아침, 잠에서 막 깨어난 정신으로 써 내려가는 글이 주는 충만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헬스장을 다녀오는 길에 들었던 오디오북의 한 문장이 발걸음을 멈추게 할 때, 휘발되기 전에 급하게 메모하는 그 순간의 절실함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아침에 글을 쓰면 생각이 명료하게 정리되고, 어제의 소란했던 일들이 아득한 과거처럼 느껴지며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습니다. 편도체가 안정되고 전전두엽이 활성화된다는 뇌과학적 설명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평온의 시간입니다. 글은 결국 내면에서 길어 올리는 것이기에,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내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다 보면 어느새 눈빛마저 깊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 모닝 루틴 중에서도 글쓰기를 단연 '백미(白眉)'로 꼽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마시는 시원한 콤부차 한 잔처럼, 글쓰기는 일찍 일어난 저 자신에게 주는 소소한 선물이 됩니다. 글을 쓰다 보면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스스로를 발견하는 순간과 마주하게 됩니다. 숨겨진 보물을 찾는 기쁨을 글쓰기를 통해 매일 아침 느낍니다.
글감은 책의 한 구절에서도, 무심코 지나친 일상의 한순간에서도 발견됩니다. '아, 이건 글로 남겨야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당신은 이미 작가의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느낀 반짝이는 순간들을 세상과 나눌 수 있다는 기쁨은 덤입니다.
혹시 오늘 아침, 글을 쓰지 못하셨다 해도 괜찮습니다. 우리에게는 내일이라는 새로운 아침이 있으니까요. 혼자 하던 아침의 의식을 함께하는 이들이 생기면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기쁨을 느낍니다. 당신의 아침에도 글쓰기가 함께하기를, 그리하여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가 펼쳐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