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운전대만 잡으면 예민해지는 진짜 이유

by 정상가치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바라면 안 됩니다. 제가 먼저 실천한 것만 다른 사람에게 요구할 수 있습니다.


가끔 횡단보도를 걷다가 기분이 나쁠 때가 있습니다. 보행자 신호인데 우회전하는 차 때문이죠. 저 혼자 갈 때도 언짢은 기분이지만, 아이와 손을 잡고 걷다가 막무가내로 우회전하는 차를 보면 당황스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있던 일입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에 들어가려면 우회전을 해서 입구로 들어가야 합니다. 제가 빨간 불을 확인하고 우회전을 하는 순간에 보행자 신호가 켜지더군요. 이미 차는 오른쪽으로 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필 횡단보도 앞에 보행자가 서 있었죠. 그 짧은 순간에 눈이 마주쳤는데, 그분이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저도 겪었던 상황이니까요. 몸 둘 바를 몰랐지만, 지나간 일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분이 급하게 건너지 않으셨기에 사고가 나지 않았으니 감사할 뿐이었죠.


이런 일을 겪으니 고의가 아니라 순간적으로 반응을 못 해서 우회전했던 운전자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겪기 전에는 몰랐던 일이죠.


주자의 <대학>에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러므로 군자는 자신에게 (선함이) 있은 후에야 다른 사람에게 (선함을) 요구할 수 있고, 자신에게 (악함이) 없는 후에야 다른 사람의 (악함을) 비난할 수 있다. 자신에게 간직된 것을 미루어 나아가지 않고서 다른 사람들을 깨우쳐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슬기바다 03 대학·중용(大學·中庸)>, 주희(朱熹) 저 / 김미영 역 - 밀리의 서재



문득 마하트마 간디의 명언이 떠오릅니다.


내가 옳다면

화낼 필요가 없고

내가 잘못했다면

화낼 자격이 없다.


-마하트마간디(Mahatma Gandhi)


김종원 작가님의 책에서 발견한 구절인데 화가 날 때마다 떠올립니다. “내가 옳다면 화낼 필요가 없고, 내가 잘못했다면 화낼 자격이 없다.”


실제로 설탕을 끊으라는 조언을 하기 위해 한 달 동안 설탕을 먹지 않은 간디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https://brunch.co.kr/@fastlane2/231


하와이대저택님은 <더 마인드>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첫째, 경적을 누르지 않는다

아무 노력 없이 마인드를 바꾸는 첫 번째 방법은 운전하면서 경적을 누르고 싶은 바로 그 순간, 경적을 울리지 않는 것이다.

<더 마인드>, 하와이 대저택 - 밀리의 서재


경적을 울려도 짜증이 나는 건 운전하는 나 자신입니다. 아이를 데리고 피아노 학원을 가는 날이었습니다. 좌회전 신호가 짧은 신호등인데 앞 차가 좌회전을 하지 않더군요. 제 앞에 있는 차가 가지 않으니 뒤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연신 “빵빵” 소리가 나는데 앞 차는 뭘 하고 있는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결국 저도 참다못해 경적을 울렸습니다. 그때 신호가 바뀌고 그 차만 좌회전을 했죠. 결국 저를 비롯해 뒤에 있는 차들은 한 대도 좌회전을 못 했습니다.


그때, 경적을 울려서 결국 제가 좌회전을 했나요? 못 했습니다. 그럼 기분이 좋아졌을까요? 아뇨, 오히려 저도 모르게 얼굴이 상기되었습니다. 뒷자리에 카시트에 앉아있는 제 딸이 아니었다면 분통을 터뜨렸을 겁니다. 아이를 내려주면서도 사이드 미러를 보니 굳어 있는 제 표정이 보였습니다. 결국 경적을 울리고 저만 손해를 봤네요.


다시 간디의 명언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제가 옳았나요? 네,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앞차가 출발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전 화낼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잘못한 일이 아니니까요. 어차피 기다려도 학원에 늦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학원에 몇 분 늦는다고 세상이 멸망하지도 않죠.


그럼 경적을 울린 제가 잘못했나요? 네, 맞습니다. 뒤차들이 경적을 울려도 저까지 울릴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러니 저는 화낼 자격이 없습니다. 1분 넘게 경적을 울려도 결국 아무도 좌회전을 하지 못했으니까요.


그 후로도 제 생각에 어쩔 수 없는 상황에는 경적을 울렸습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제 기분은 나빠졌고, 상황은 해결되지 않거나 악화되었습니다. <더 마인드>에서 읽었는데 실천하지 못했네요.


오늘 이 글에 대고 약속합니다. 이제 경적을 울리지 않겠습니다. 경적을 습관적으로 울리고 싶을 때마다 <더 마인드>와 간디의 명언, 그리고 <대학>을 떠올리겠습니다.

이렇게 글로 썼으니 오랫동안 지킬 수 있겠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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