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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통 Jan 13. 2019

해외에서 공부하기 (1)목표를 이뤘으나 불행했던 1학기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원하는 일을 하자]

‘대학에만 가라.’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이 말을 들으며 초중고등학교 12년과 1년간의 재수 생활 동안 공부에 매달렸다. 대학에만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되고 행복한 날을 보낼 것이라 믿으며 대학입시만을 목표로 했고 결국 재수 끝에 대학에 들어갔다. 그토록 오랜 기간 준비한 목표를 이루었지만 대학 생활은 기대했던 것만큼 즐겁지 않았었다.


대학에 가면 더 이상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될 줄 알았으나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입시라는 지상과제를 달성하고 나서는 목표가 없어졌다. 단지 학점을 따기 쉽다는 이유만으로 내 흥미와는 상관없는 다른 사람이 선택해준 수업을 들으려니 하루 하루가 고역이었다. 대학에 와서까지 흥미도 없고 적성도 맞지 않는 수학을, 그것도 제일 싫어했던 미적분을 전공수업으로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나 싫었다. 학교 생활은 재미가 없었고 목표 없이 방황하기 시작했다. 


수업에 전혀 흥미가 없었기 때문에 지각과 결석을 밥 먹듯이 했고 자연스럽게 성적도 엉망이었다. 결국 대학에서의 첫 학기가 끝난 후 1.89의 저조한 학점 때문에 학사경고를 받았다. 뭔가 굉장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토록 노력을 해서 대학입시에 성공했다. 더 이상 늦게까지 야간 자율 학습을 하지 않아도 되고 수능공부를 할 필요가 없었다. 대학에만 가라는 주변의 압박도 사라졌다. 나는 자유다. 그런데 대학생활이 왜 즐겁지 않은 걸까?'


내가 흥미를 가지고 있는 수업을 선택하는 대신에 단지 학점을 따기 쉽다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관심 없는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학교 생활이 즐거울 리가 없었다. 입시에 시달리며 공부에 질려버렸기에 당분간 쉬고 싶었지만 저학년 때 수업을 많이 들어놔야 취업 준비할 때 여유가 있다는 말만 듣고 수강 가능한 최대한의 수업을 신청한 것도 나를 힘들게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 겪고 있는 방황과 허무함, 실망감은 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 채로 다른 사람의 말만 듣고 행동한 것의 대가였다. 이런 식으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채로 주변의 말을 듣고 공무원이 되거나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기업에 취직한다고 해도 나중에 후회할 것이 분명했다. 다시는 이런 상황에 처하고 싶지 않았다.


아직 늦지 않았다. 바꾸려면 바로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 평생직장은 사라졌다. 회사는 곧 인생이란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평균수명은 늘어났지만 퇴직 시기는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2013년에 발표된 ‘고용의 미래. 직업은 전산화에 얼마나 취약한가’라는 보고서에서 20년 이내에 현재 직업의 47%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이제부터는 나를 위해서, 내가 선택을 하자. 나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하는 것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자.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매우 중요한 질문이지만 답을 찾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지만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또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조언이 막연하게만 느껴졌다. 이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처음부터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동안 시험공부에 매달려왔기 때문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 스스로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경험이 한정되어 있기에 어떤 선택이 있는지조차 모르기 때문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을 찾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차 한잔하면서 생각하다가 단번에 떠오르지 않는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계속해서 자신에게 질문해봐야 한다. 외부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내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내가 재미를 느끼고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어떤 일이 적성에 맞을까?’와 같은 거창한 질문 대신에 간단한 질문부터 답해보자. 



틈날 때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써봤다. 써야 한다. 쓰면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으며 시간이 흘러도 잊지 않는다. 간단한 질문으로 바꾸니 답변하기 쉬워졌다. 나는 외국어가 좋다. 외국어를 좋아하기 공강시간에 시청각실에서 프렌즈나 앨리맥빌같은 미국 드라마를 많이 보고는 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외국어로는 어떻게 표현하는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찾아보곤 했다. 외국인과 대화하기를 좋아하고 외국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때 즐거운 기분을 느꼈다. 질문하고 답을 쓰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1학년 2학기 수업을 결정할 때 내가 듣고 싶은 외국어 과목을 수강 신청했다. 어떤 과목이 학점 따기가 쉬운지, 동기들은 어떤 수업을 듣는지에 신경쓰기 보다는 내가 듣고 싶은 어학 분야의 수업을 수강하자 더 이상 수업 시간이 고통스럽지 않았다.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들도 사귀고 대학 생활이 즐거워졌다. 관심 있는 분야에서 몰입하는 즐거움을 느끼자 더욱 적극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해보고 싶어졌고 외국어를 배우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교환학생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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