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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통 Jan 13. 2019

해외에서 공부하기 (8) 파견학생이 됐지만 다시 장애물

[한번의 큰 승리보다 여러 번의 작은 승리를 즐기기]

파견학생에 선발됐다고 마냥 좋아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6월 중순이면 1학기가 끝난다. 2학기에 바로 해외로 나가야 했기에 준비할 시간이 얼마 없다. 7+1제도가 처음 시행되었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결국 학교 선정부터 학생 비자 발급까지 스스로 진행해야 했다. 과에 따라서 교류학교를 지정해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우리 학과는 학교를 지정해주지 않았기에 공부하고 싶은 학교를 혼자서 알아봤다. 


※교환학생은 교류협정을 맺은 학교끼리 서로의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는 제도이고 파견학생은 외국대학에서 방문학생의 자격으로 수업을 듣고,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때부터 낮에는 인터넷, 저녁에는 국제전화로 각 대학교에 파견학생 제도에 대해서 문의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학교들은 이미 파견학생 신청이 끝났기 때문에 다음 기회에 지원하라고 답했다. 천신만고 끝에 파견학생 자격을 얻었으나 신청이 마감되어 받아주는 대학이 없었다. 대외협력과를 찾아가서 상담을 했더니 이번에 파견학생으로 나가지 않으면 재선발을 보장하지 못하니 꼭 미국이 아니더라도 싱가폴이나 호주 등 다른 영어권 국가에서 경험을 쌓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그렇게 미국 대학으로의 교환학생 생활은 멀어지고 있었다.


가능한 여러 곳에 문의를 해야 조건에 맞는 학교를 찾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싱가폴과 호주의 대학의 파견학생 제도도 검색해봤다. 아시아 쪽 대학을 찾으면서도 미국에서 공부하는 것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고 꾸준히 아직 연락하지 않았던 미국 대학에 문의를 했다. 

*시도를 많이 할수록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진다. 10곳에 문의하는 것보다 100곳에 문의하는 것이 원하는 답을 얻을 확률이 높다.


2주라는 시간이 흘러 기말고사 기간이 되었지만 여전히 파견학생 모집이 끝나지 않은 학교를 찾을 수 없었다. 호주의 맥콰리대에서부터 미국의 뉴욕주립대까지 알아봤으나 모두 지원 기간이 지났다며 거절했다. 2주동안 이메일과 스카이프를 통해서 30개 이상의 대학에 연락을 해봤지만 성과가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만 더 급해졌다.


'우리 학과에서 좀 더 일찍 모집을 했더라면 마감일을 넘기기 전에 미국 학교에 등록할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속상해 해봤자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상황을 다르게 보기로 했다. 이미 일어난 일을 바꿀 수는 없지만 이미 일어난 일에 대응하는 자세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여러 대학에 문의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파견학생에 선발되어서 겪을 수 있는 행복한 고민은 아닐까? 


학교 선정이라는 최종목표에 초점을 맞추면 나는 실패한 상황에 놓여있지만 과정에 초점을 맞추면 나는 조금씩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다. 1.89였던 학점을 3.5이상으로 끌어올렸고, 공문을 스스로 전달해 가면서 파견학생 선발을 실현시켰고 자격을 얻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미 여러 번의 작은 성공을 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분명히 성공에 가까워지고 있다. 


배구 경기를 보면 득점을 할 때마다 선수들끼리 하이파이브를 하며 득점한 것을 축하한다. 한 세트를 따내거나 최종적으로 경기를 이겼을 때 한 번에 몰아서 축하하는 것이 아니라 1점, 1점 점수를 올릴 때마다 작은 성공을 즐긴다. 


아직 최종적으로 승리하지는 않았지만 과정에서 전진하고 있다는 것을 축하하는 습관은 흔들리거나 지치지 않고 목표를 향해 일직선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배구 선수들이 득점할 때마다 자축하듯이 일상에서도 작은 성공을 축하하는 습관을 키우자.


 파견학생 모집이 끝나지 않은 학교를 찾지 못한 채 계속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후보 대학교에 접촉했다. 기말고사가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알아봤지만 6월이 거의 다 지나갈 때까지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대부분의 대학은 신청기간이 지났으니 내년을 기약하라는 대답뿐이었다. 


막막한 상황에서도 지금까지 이뤄낸 작은 성공들을 기억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었다. 어떻게든 일이 잘 풀려서 결국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마음을 다스렸다. 학교 웹사이트에 나와있는 캠퍼스 사진들을 보면서 더 생생하게 꿈을 꾸었다. 나는 다음 학기에 꼭 미국에서 공부할 거라고 일기장에 썼다. 어떻게 이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믿으면서 계속해서 노력했다. 낮에는 이메일, 밤에는 스카이프를 통해서 혹시나 아직 파견학생을 모집하고 있는 학교가 있는지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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