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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통 Jan 13. 2019

해외에서 공부하기 (9) 거절을 당하면 질문법을 바꾸자

[정체된 상황에서 다른 방법으로 다시 시도해보기]

받은 이메일함을 확인하니 안 읽은 편지가 3개가 도착해있다.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서 이제는 이메일을 열어보기도 전에 어떤 내용인지 유추가 가능할 정도였다. 


‘파견학생 신청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지원을 받아줄 수 없습니다. 다음 기회에 다시 지원바랍니다.’ 


매번 내가 원하지 않는 같은 답변을 받고 있었다. 력은 해봤는데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고 생각하면서 포기하는 대신에 정체된 상황에서 한 번 더 밀어보기로 했다.  내가 원하는 답변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봤다. 질문을 바꿔보면 어떨까?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니까 파견학생 지원기간이 끝났는데 받아줄 수 없느냐’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기 때문에 같은 반응이 돌아오는 것이 아닐까? 



묻는 방법을 바꿔보기로 했다. 


‘파견학생으로 가고 싶은데 지원 기간이 끝났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꼭 나가야 한다. 계속해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진전이 없어서 절망적인 상태다. 절실하게 원하기 때문에 포기하는 대신에 한 번 더 시도해보려고 한다. 당신이 내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겠나? 작은 정보라도 나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업무로 바쁠 텐데 이메일을 읽어줘서 고맙다. 좋은 하루 보내길 바란다.’





내가 일하는 분야에 대해서 조언을 구하는 이메일을 가끔 받는데 답장을 해준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대부분은 나뿐만이 아니라 여러 명을 상대로 보낸 메일이다. 자신이 알고 싶은 것에 대한 답변을 바란다는 내용인데 나는 답장을 해야 할 의무가 없다. 내가 답변을 해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느낌 받은 이메일에는 답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진심을 담아서 글을 쓰자. 상대방이 답장을 줄 의무가 없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정중하게 부탁하자.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글을 읽어줘서 고맙다고 표현을 하자. 진실된 마음이 전해져야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7월초 어느 날, 캘리포니아 주립대 산타바바라(UCSB)에서 답장이 왔다. 파견 학생 모집은 끝났으나 담당자가 만약 내 상황에 처해있다면 DIY 프로그램을 이용해보겠다는 내용이었다. 바로 인터넷으로 DIY 코스에 대해서 검색했다. DIY는 Do It Yourself의 약자로 모든 대학이 아닌 일부 대학들만 시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 DIY과정을 이용하면 대학교의 정규수업을 듣고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캘리포니아가 아닌 다른 주에서 입학한 미국학생들도 저렴하게 학점을 따기 위해서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학비를 비교해보니 외대의 학비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다. 외대 학비에 비해서 30만원 정도 비쌌다. 미국대학의 정규학비와 비교해보니 상당히 저렴했다. 정말 기뻤다. 비싼 학비로 고민하던 나에게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었다.  



DIY를 시행하고 있는 다른 대학을 검색하니 캘리포니아 주립대중에 몇 군데가 있었다. 검색 끝에 UCLA냐 UC Santa Barbara냐를 두고 고민했다. 결국 차가 없어도 될 만큼 대중교통이 발달해있고 나에게 귀중한 정보를 알려준 산타바바라로 정했다.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바다와 접해있는 캠퍼스 사진은 내 꿈이 가까워졌다고 말해주었다. 몇 달째 힘겹게 고민하던 일들이 질문 방법을 바꾼 이메일 한 통으로 급속하게 해결되었다. 담당자에게 친절한 답변 덕분에 UCSB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감사의 답장을 썼다.


정체된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다르게 시도를 해봤더니 문이 열렸다. 기존 노력에 비해 엄청난 노력을 한 것이 아니다. 약간 다르게 생각해보고 질문의 방향을 바꾸었더니 원하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UCSB의 DIY프로그램을 알게 된 후에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모든 서류작업을 마치고 미국 대사관에서 비자 인터뷰를 실시한 후에 학생 비자가 발급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아! 이제 드디어 갈 수 있구나.’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움을 준 대외협력과 담당자에게 인사를 하고 학과장실에 캘리포니아주립대 산타바바라에 파견학생으로 다녀오겠다고 보고했다. 캠퍼스를 나서는데 그동안 해외에서 공부하기 위해 노력했던 기억들이 생각났다. 좌절하고, 막막하고, 포기하고 싶었을 때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하나씩 실행했더니 점이 이어져서 결국 미국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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