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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통 Jan 13. 2019

해외에서 공부하기 (10) 짧았지만 많은 경험을 하다

[시간을 늘릴 수는 없지만 밀도를 높일 수는 있다]

개강 2주 전에 미리 미국에 가서 친한 친구인 성훈이의 집에서 신세를 지면서 시차와 언어적인 면에서 적응했다. 성훈이에게 학교 생활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 영어로 대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더니 흔쾌히 도와줬다. 성훈이가 LA의 이곳 저곳을 보여주며 영어로 말을 걸어준 덕분에 2주가 흘렀을 때는 처음 도착했을 때보다 하고 싶은 말을 내뱉는 반응시간이 짧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성훈이와 가족분들께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한다.

UCSB



산타바바라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간은 단 한 학기였다. 시간이 얼마 없기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하루 24시간인 시간을 늘릴 수는 없다. 대신 내가 보내는 시간의 밀도를 높이기로 했다. 



미국 대학의 정규 과정을 수학하기 때문에 철저한 예습과 복습이 필요했다. 수업 시간 전후로 예습과 복습을 빠트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예습 복습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 다른 활동을 할 시간이 적어지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했다. 



우선 방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혼자 있는 시간은 한국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단기간에 영어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 8시에 집을 나와서 밤 11시에 들어갈 때까지 계속 영어를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도서관에서 예습 복습을 마치면 책은 덮고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나갔다. 책으로 공부하는 것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지금, 여기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당분간은 한국 웹사이트 검색이나 한국에 있는 친구와의 대화는 접어두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친구를 사귀기로 했다.




외국어가 완벽하지 않다고 혼자서 주눅들고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 외국어를 더 많이 사용하고 배우기 위해서 해외에 나갔으니 현지인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자. 수업 시간에 매번 같은 자리에 앉는 친구에게 말을 걸어서 과제를 같이 하거나 시험 공부를 같이 하기도 했다. 자주 가는 슈퍼마켓의 점원이 같은 대학에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친구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낯선 사람에게 쉽게 말을 걸지 않는 분위기이지만 미국은 서로 편하게 대화를 건낸다. 물론 말을 걸었던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먼저 다가가고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에 친한 친구를 사귈 수 있었다. 처음에는 말을 거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더라도 자주 시도하다 보면 차차 익숙해진다. 



동아리 활동을 활발히 했다. 축구를 좋아하기에 풋살 동아리에 가입했고 게임을 하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체스 동아리와 기초부터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볼룸 댄스 동아리, 종교 모임에 가입했다. 방과 후에는 레크리에이션 과목 중에 합기도를 들었다. 합기도를 배우는 학생들은 대부분 동양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쉽게 친구를 사귈 수 있었다. 너무 많이 가입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모임이 매일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활동 가능하다. 모임이 끝나면 같이 밥을 먹으러 가서 대화를 나눴다.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베풀자. 일본에 교환학생을 가고 싶어하는 학생이 있길래 내가 나서서 일본에서 어학연수 했던 경험을 설명해주고 학교 선정을 도와준 적이 있다. 그 일을 계기로 친해졌고 그 친구와 함께 다양한 파티나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먼저 나서지 않았다면 그 친구는 내가 일본에서 어학연수를 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고 나에게 묻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종교 모임에서 밴이라는 친구를 만났는데 서로 말이 잘 통해서 자주 어울렸다. 벤이 친절하게 캠퍼스 이곳 저곳을 안내해주면서 학교 적응에 도움을 주었다. 공강 시간이 비슷했기에 점심은 밴이 사고 저녁은 내가 사는 식으로 매일 볼 수밖에 없는 루틴을 만들었다. 점심과 저녁을 같이 먹으면서 학업뿐만 아니라 하고 싶은 일 과 그 밖의 여러 가지 관심사에 대해서 대화를 나눴다. 


다양한 활동을 하고 마음에 맞는 친구를 사귀면서 잠자는 시간 이외에는 계속 영어를 사용할 수 있었고 덕분에 단기간에 영어실력이 향상되었다.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서 외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나갔다면 한국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은 과감하게 멀리하자. 

외국에 있는 동안은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 포털 사이트를 검색하고 한국사람들과 오빠 동생하면서 어울려 다니지 말자. 한국에 돌아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기에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했고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와 함께 시험준비와 보너스 과제 제출을 했더니 올A를 받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못 받아본 16학점 올A를 캘리포니아 주립대로 파견학생을 가서 받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좋은 학점을 받은 것보다 더 소중한 소득은 미국 대학생들과 함께 정규 수업을 듣고 동아리 활동을 한 경험이다. 어학연수나 여행으로 미국을 경험한 적은 있었지만 미국인과 한 학기동안 같이 수업을 듣고 함께 생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같은 관심사에 대해서 얘기하고, 여가시간을 즐기며, 함께 수업을 듣고, 시험을 준비하면서 그들의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방식을 접할 수 있었다. 영어 공부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한 학기라는 짧은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 여행 온 사람의 마음가짐으로 생활했다. 엄청난 부자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여행은 짧다. 끝이 정해져있다.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이 보고 느끼기 위해 우리는 우리 마음을 설레는 기분으로 셋팅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기말고사를 마치고 캠퍼스를 떠나며 생각했다. 벌써 한 학기가 끝나서 떠나는구나. 여행도, 파견학생도 끝이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항상 끝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UCSB에서 지내면서 바쁘지만 즐겁게 보냈던 자세를 일상생활에서도 유지하기로 마음먹었다. 바쁘게 살다 보면 잊고 지내게 되지만 컴퓨터에 쓴 글과 핸드폰에 저장한 사진을 통해서 그 마음을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지금도 사진을 볼 때마다 바쁘지만 알차게 하루를 보내고 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올려본 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이 기억난다.  



교환 학생 도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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