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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통 Jan 13. 2019

어렸을 적 꿈 이루기 (1)지원했으나 답이 없는 CES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어도 시도해보기]

초등학생일 때 PC 잡지 부록으로 빌게이츠의 연설 테이프를 받은 적이 있다. 미래에 사용하게 될 최신 제품과 기술에 대하여 빌게이츠가 설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대중화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접할 수 없는 컨텐츠였다. 별다른 생각 없이 구입한 PC잡지의 부록 덕분에 영어와 최신 기술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신기한 최신 기술 영상을 심심할 때마다 돌려보면서 자연히 영어 공부가 되었다. 하도 많이 시청해서 나중에는 일부 화면이 일그러질 정도였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이 되었고 중간고사 기말고사, 대학입시 준비를 하면서 빌게이츠의 연설 테이프는 한동안 잊고 지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 산타바바라에서 공부를 마칠 때가 되자, 한국에 돌아가기 전까지 남는 2달 동안 무엇을 할지 고민했다. 여행을 가거나 대학 부설 어학원에서 어학 코스를 듣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틈날 때마다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계속 생각해봐도 마땅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기말고사가 점점 다가올수록 시험이 끝난 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커져갔다. 



그러던 어느 날 CES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CES는 Consumer Electronics Show의 약자로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 기기 쇼이다. 참가자 수만 17만 명에 이르는 CES는 매년 1월에 열리는 특성상 그 해의 첨단 제품의 흐름을 제시한다. 2008년까지는 해마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CEO 빌게이츠가 기조연설에 참여했다.  소식을 접하자 예전에 즐겨 보던 빌게이츠의 연설 테이프가 생각났다. CES에 가면 어린 시절의 내게 영어와 최신기술에 대한 열정을 갖게 해준 빌게이츠의 연설을 직접 볼 수 있겠구나!





생각이 나자마자 바로 CES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자원봉사에 관해서 찾아보았다.  CES를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검색해본 결과 자원봉사 모집은 이미 종료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았다면 참가할 수 있었을 텐데!’ 무척 아쉬웠다. '지원기간이 지났으니까 포기해야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절실히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이번에도 정체된 상황에서 한번 시도해보기로 했다. 뭔가 방법이 있을 것 같았다. 두드리면 열린다는 생각으로 행사본부의 이메일 주소를 찾아서 CES에서 자원봉사자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글을 이력서와 함께 보냈다. 이루어진 모습을 상상하면서 최선을 다한다면 점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메일을 쓰면서도 이미 모집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매몰차게 거절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하지만 거절당할까 두려워서, 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멈춘다면 거기서 끝이다. 무엇인가를 하기 전에 두려운 생각이 든다면 그것을 실행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결과는 어떤 것일까 생각해보자. 

이메일을 보내고 나서 긍정적인 마음으로 원하는 것이 이뤄진 상황을 시각화했다. CES에서 빌게이츠의 연설을 듣고 직접 전시장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이 뛰었다. 


 이메일을 쓴지 며칠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도 답장이 없었다. 이렇게 계속 이메일 답신만을 기다리면 안되겠다 싶어서 전화번호를 찾아서 직접 전화를 해보았다. 하지만 웹사이트에 등록되어 있는 전화 번호는 행사 준비로 바쁜지 통화가 되지 않았다. 혹시나 답장이 왔는지 이메일을 계속 확인하고, 전화도 꾸준히 해봤지만 행사가 코앞으로 다가올 때까지도 깜깜 무소식이었다. 답장도 없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그래, 시도는 해봤잖아.' 하고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어떻게든 이번 기회에 꼭 참가하고 싶었다. 방법이 없을까 계속해서 고민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언제 다시 미국에 올지도 모른다. CES참가만을 위해서 다시 방문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동안 매일 들어가 보았던 CES 웹사이트의 사진들을 볼 때마다, 어렸을 때 자주 봤던 빌게이츠의 연설을 생각할 때마다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강해졌다. 

만약 실패하더라도 꿈을 가지고 라스베거스에 가서 시도해본 경험은 남기 마련이다. 산타바바라에서의 한 학기가 끝났고 나는 자유다. 지금 아니면 언제 또 CES 참가에 도전할 수 있을까? 직접 찾아가서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CES개막 하루 전에 영문 이력서 한 장을 들고 CES가 열릴 컨벤션센터의 행사본부에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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