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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통 Jan 13. 2019

어렸을 적 꿈 이루기 (2)이력서를 들고 CES로 가다

[열정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행사장으로 가는 길에도 계속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괜히 가서 거절만 당하고 오는 것 아닌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 시도하지 않았을 때의 후회를 두려워하자.


이 상황에서 실패했을 때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보면 그냥 거절당하는 것뿐이다. 나에게 엄청난 불이익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잃을 것이 뭔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나 자신을 프레젠테이션 해야 할지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행사장은 개막을 하루 앞두고 막바지 준비로 분주했다. 샌즈엑스포 컨벤션센터를 이리저리 헤맨 끝에 드디어 CES 행사본부 사무실에 도착했다. 들어가기 전에 문 앞에서 수없이 마음의 준비를 했다. 이력서를 다시 읽어보면서 들어가서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마지막으로 연습해보았다. '나는 파견학생으로 UCSB에서 수학중인 한국 학생인데 CES에 관심이 많아서 자원봉사 신청을 했으나 답장이 없어서 직접 찾아왔다.' 이 문장을 수십 번 반복하며 연습했다. 막상 행사본부 문 앞까지 왔지만 너무나 떨렸다. 


문고리를 잡았다 놓았다 수 차례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에 시간은 계속해서 지나갔다. 한참을 망설였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문 앞에서 서있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했다. 


새로운 시도를 할 때는 긴장되기 마련이고 아무것도 보장된 것은 없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두려움은 누구나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니 피하거나 무서워하지 말자. 


한 번 사는 인생을 두려움에 갇혀서 스스로 제한하지 말자. 떨리는 마음으로 크게 심호흡을 하고 용기를 내서 문을 열었다.



사무실 안에 들어가니 담당자가 통화 중이니 잠시만 기다리라는 제스처를 했다.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리면서도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자기소개와 꼭 참가하고 싶다는 말을 연습했다. 잠시 후 통화를 마친 담당자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나는 이력서를 내밀면서 미리 수십 번 연습한대로 자기 소개를 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수학중인 한국학생인데 CES에 꼭 참가하고 싶어서 연락을 했으나 답장이 없어서 직접 왔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아무것이나 하겠다고 했다. 이력서 한 장 달랑 들고 행사본부까지 찾아온 외국인 학생을 본 관계자는 깜짝 놀라며, 당장 오늘 밤에 묵을 곳은 있는지 물어봤다. 그리고 내일 아침 일찍 다시오면 자기가 적당한 곳을 알아봐주겠다는 말을 해주었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문을 나선 후에 나도 모르게 번쩍 뛰어올랐다. 어렸을 때 즐겨보았던 빌게이츠의 연설을 볼 수 있구나! 빌게이츠뿐만 아니라 디즈니, 델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의 CEO의 연설을 볼 수 있고 이 세계적인 컨벤션 현장에 내가 함께 할 수 있다니! 그날 밤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이 안 와서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잠들 수 있었다. 얼마 전에 책상 정리 중에 이때 가지고 갔던 이력서를 몇 년 만에 다시 보게 되었다. 절대로 잘 다듬어졌다고 할 수 없는 빈틈이 많은 이력서였다. (심지어 오타도 있었다!)아마 그 직원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이력서가 아니라 정말 참여하고 싶어서 행사본부까지 찾아갔던 열정이었던 것 같다. 열정을 보고 기회를 준 그 직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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