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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통 Jan 13. 2019

어렸을 적 꿈이루기 (3) CES 당일 또 한번의 거절

[상황이 변했다면 불평하기 보다는 바뀐 상황에 대처하기]

다음날 아침 8시, 어제 대화를 나눈 관계자를 만나러 가벼운 발걸음으로 샌즈엑스포 컨벤션센터로 향했다. 어제와 같은 길을 걷는데 초조하고 불안했던 어제와는 다르게 발걸음이 너무나 가볍게 느껴졌다.


컨벤션 센터는 본격적인 개막을 앞두고 마지막 준비가 한창이었다. 행사본부를 방문했는데 어제 만난 관계자가 자리를 비워서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기다린 지 1시간쯤 되자 슬슬 지치고 초조해졌다. 행사가 시작되면서 행사본부도 바빠졌다. 이리저리 드나드는 관계자들, 셔틀버스 정류장을 못 찾겠다고 불평하는 참가자들로 부산했다. 


그렇게 기다린 지 2시간째. 행사본부의 직원에게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물어봤더니 어제 나와 대화한 여자 직원에게 무전을 쳤고, 그녀는 무전기를 통해 바쁜 목소리로 아직 자리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행사본부의 직원은 자리가 없으니 내년에 오라고 했다. 어제 그녀와 대화를 나눴고 오늘 아침에 오면 자리를 알아봐주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이야기했으나 직원은 일할 자리가 없으니 올해는 안되겠다고 했다. 내년에는 내가 미국에 없을 테니 이번에 꼭 참가를 하고 싶다고 사정을 설명했으나 같은 대답을 들었다. 자원봉사자도 교육을 받는 등 절차가 있으니 다음에 정식으로 지원하라는 거절을 듣고 할 수 없이 물러나야 했다.


사무실의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온몸의 힘이 빠졌다. 빌게이츠의 기조연설을 듣는 것도, 세계에서 가장 큰 LCD TV를 보는 것도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과 같이 멍한 기분이었다.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두 시간 동안 애간장을 태우면서 기다렸기에 배도 고프고 피곤했다. ‘그냥 방에 돌아가서 잠이나 잘까? 라스베거스까지 괜히 왔구나.’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힘없이 터벅터벅 걷고 있는 내 주변의 아이디를 발급받기 위해 줄 서있는 참가자들, 미디어 센터를 들락날락 거리는 기자들, 사람들을 안내하는 자원봉사자들을 보면서 그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그들과 같은 장소에 있지만 나는 참여할 수 없다는 게 너무나 슬펐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올 수 있는지 알 수가 없기에 너무나 아쉬웠다. 




이게 뭔가. 그 동안의 노력이 모두 헛고생이 되었다. 어제는 참가할 수 있다는 대답을 들었는데 오늘 이렇게 거절을 당하니 더더욱 허무했다. 선물을 받았다가 빼앗긴 기분이었다. 


‘그냥 돌아갈까?’

’왜 하필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비관적인 생각으로 가득했다. 어제 행사본부의 문을 나설 때는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었지만 하루 사이에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처음부터 거절을 당했다면 지금처럼 큰 상실감을 느끼지 않았을 텐데!’ 아쉬움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 당황한 상태로 섣부르게 행동해서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자. 우선은 장소를 바꾸고 머리를 식히자. 무언가를 먹고 잠시 쉬자. 매번 성공을 할 수는 없다. 실패를 하기 마련인데 그 시기를 잘 보내야 한다. 스포츠 경기에서 지더라도 잘 져야 한다는 말을 떠올렸다.



기운이 하나도 없어서 우선은 뭔가를 먹기로 결정했다. 장시간 긴장을 했기에 지쳐버려서 배는 고프지만 식욕이 별로 없었다. 샌드위치를 억지로라도 먹었다. 샌드위치를 한 입 베먹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 앉아서 좀 쉬었더니 조금은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감정적인 반응을 잠시 제쳐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았다. 어제 만났던 여직원은 자리를 알아봐준다고 했지 반드시 참여하게 해준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다. 그녀의 호의였지 의무가 아니었다는 것을 기억했다. 갖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면서 가지고 있는 것을 과소평가하지 말자. 그래도 그녀의 호의 덕분에 한나절 동안은 기쁨을 맛보지 않았나?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니 억울한 감정이 수그러들었다.






상황이 바뀌었다. 왜 상황이 바뀌었는지 불평만 하고 있으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 계속해서 불평하며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에 바뀐 상황에 대처하자. 상황을 바꿀 수는 없지만 바뀐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생각, 기분, 행동을 TV채널을 선택하듯이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선택하기로 결정했다면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생각해보자. 처음에는 쉽지 않다. 변화에는 고통이 따르는 법이다. 하지만 변할 수 있다. 선택한다면!




자원 봉사를 하고 싶었지만 정식으로 승인을 받지 못한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파견학생에 나가기 위해 스스로 공문을 전달했던 것을 떠올렸다. 승인을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움직이자. 어차피 자원봉사를 하려고 했으니 ID 카드 없이 스스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도 자원봉사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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