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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통 Jan 13. 2019

멘토를 만나다 (3)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손편지

[편지의 힘]

콘서트가 끝나고 바로 다음달인 2004년 3월에 일본 여행을 갔다. 여행 준비를 하던 도중에 이사오 사사키의 홈페이지를 보고 도쿄 록봉기에서 공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침 도쿄 여행 중인 시기였기에 공연을 보러 가기로 결정했다. 홈페이지를 통해서 공연 예약을 하고 플래너에 ‘이사오 사사키 공연’이라고 적어 놓았다.


공연당일, 연주 준비중인 사사키씨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하니, 예약을 한 LEE가 나였냐며 반가워하셨다. 일찍 예약을 한 덕분에 피아노 바로 옆자리에서 연주를 지켜봤다. 말 그대로 바로 옆 자리였다. 대형 콘서트홀과는 다르게 연주할 때의 호흡이 그대로 전해졌고 손가락 움직임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공연이 끝나고 사사키씨와 사진도 찍고 한국에서 가져간 유자차를 사사키씨와 동료 연주자들에게 선물했다. 일본에는 유자차가 없어서, 베이시스트인 스즈키씨가 빵에 발라먹는 사고(?)도 일어났지만 다들 정말 좋아하셨다. 유자차가 많이 무거워서 여행 내내 고생을 했지만 가져간 보람이 있었다. 



항상 사사키씨의 음악을 들으면서 힘을 내고 있고 좋은 음악을 들려줘서 감사하다고 쓴 편지를 드렸다. 편지를 받은 사사키씨는 고맙다며 한국에는 발매되지 않은 ‘Muy bien’이라는 앨범을 주셨다. 데뷔 앨범 작업을 위해 혼자 유럽에 가서 앨범 제작을 위해 고생했던 과정을 이야기해주셨다.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를 본인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헤어질 때가 되자 5월에 한국에서 공연이 있으니, 백스테이지에 놀러 오라고 초대를 해주셨다. 너무 기뻤다. 백스테이지에 가보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초대를 받다니! 정말 신기했다. 정말로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훗날 사사키씨께서 말해주셨는데 진심을 담은 편지를 읽고 너무나 기뻤다고 말해주셨다. 

 

최근에는 휴대전화와 이메일, 소셜미디어 덕분에 편지를 쓸 일이 거의 없다. 기술의 발전으로 예전보다 더 쉽고 빠르게 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진심을 전하는 횟수는 줄어들었다. 그래서 진심을 담은 편지를 받게 되면 기쁜 마음이 든다. 진심을 담은 편지 한 통이 나와 사사키씨를 더 가깝게 해주었다. 


사사키씨 공연 후 사인회가 진행되면 가끔씩 팬으로부터 편지를 받으신다. 사사키씨는 그 편지들을 구겨지지 않게 아주 소중하게 가방에 보관하신다.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하면 2000명 정도의 관객들이 찾아온다. 티켓을 예매해서 공연장을 찾을 정도의 관심을 가진 열정적인 이사오 사사키의 팬이라고 할 수 있지만 편지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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