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에 갔던 게 언제더라?
하도 오래전이라 기억이 안 난다.
사회생활을 하지 않으니 어울려서 노래방에 갈 기회가 없었다.
나는 노래 부르기를 좋아해서 집에서 몇 시간씩 혼자 노래를 부르곤 했었는데,
점점 노래 부를 일 없이 살아가고 있네.
예전처럼 길에서 유행가를 틀어놓을 수 없으니
요새 노래는 전혀 알지 못한다.
금요일 밤,
휴대폰 들고 빈둥빈둥하다가 장국영이 부르는 "월량대표아적심"을 보게 되었다.
그 노래를 따라 부르다 보니 필 받아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찾아 계속 노래를 불렀네.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한참 부르다가 ,
나미의 "슬픈 인연", "빙글빙글"을 거쳐서.
"꿈속의 사랑", "휘파람을 부세요"로 갔다가.
시대를 좀 내려와서 투투의 "일과 이분의 일",
룰라의 "3!, 4!"까지.
축축 늘어지는 노래로 시작해서 갈수록 리듬이 빠른 노래로 옮겨가는 걸 보니 점점 기분이 좋아졌나 보았다.
노래는 마음에 켜켜이 쌓여 있는 설움을 풀어주고
그래서 저 밑에 가려져 있던 보들보들한 감수성을 일깨워준다.
굽이굽이 인생길의 그 암담하고 벅찬 순간마다
꼭 내 마음을 담은 듯한 슬프고 또는 신나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무너져내리는 마음을 추스르겠지.
유튜브는 노래 Donde Voy를 보여주었다.
불법체류자, 잡을 수 없는 사랑, 돈과 노동, 갈 곳을 잃은 나.
그 막막하고 암담하고 외롭고 슬픈 처지와 아프고 아픈 감정을,
가수는 짧은 노래에 담아 담담하게 들려주는구나.
대하소설을 읽은 듯,
영화 한 편을 본 듯,
노래는 한 사람이 놓인 위태로운 처지를 펼쳐 보이며 노래 속 주인공의 처절한 심정을 느끼게 해 준다.
사랑 때문에 살아가기도 하지만
사랑을 느껴서 더 고통스럽기도 하여.
아휴,
길지도 않은 인생이 뭐 이리 힘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