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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May 02. 2023

노래 Englishman in New York

끄적끄적

유쾌한 표정의 스팅이 살짝 어긋나는 리듬으로 경쾌하게 부르는 이 노래는,

실재하는 한 인물에게 헌정한 노래다.


어떤 사람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을 때,

화가는 인물화를 그리고.

작가는 글을 쓸 것이며,

베토벤의 교향곡 "영웅"이 그랬듯이 작곡가는 음악을 만들겠.



노래의 뮤직비디오에도 보일 듯 말 듯 출연하는 노래 속 인물은,

영국 출신의 작가 쿠엔틴 크리스프라는 사람이라고 한다.

노래의 앞부분에 그저 (미국인의) 커피가 아니라 (영국인의) 차를 마신다거나,

한 면만 구운 토스트를 먹는다거나,

영국식 억양이라거나 하는.

지팡이에 기대어 맨해튼 5번가를 느릿느릿 걸어가는 영국인 외양이 묘사되어 있는데.


실제 쿠엔틴 크리스프는 동성애자이고,

여성스러 차림새를 하고 다니는,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노랫말에서 그를 가리키는 'Legal Alien'은 중의적인 표현이라고 나는 이해한다.

말 그대로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외국인이라는 의미가 있고.

정당한 권리를 갖는 엄연한 인간인데 개인적인 이유로 곱지 않은 시선과 차별을 받으며 살아가는 인간계의 이방인으로서,

그의 외로운 처지를 내포한다고 말이다.


스팅은 이어서,

정중하고 절도 있으며 자신을 무례하게 대하는 사람에게도 온유하게 응답하는 진정한 신사,

쿠엔틴 크리스프의 됨됨이를 소개한다.

"자신을 잃지 마세요."

진정한 자신이 세상과 불화하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고,

정직한 자신으로 당당하게 살아가세요,라고 외치듯이 스팅은 쿠엔틴 크리스프의 삶을 노래하는 것이다.


고독한 그에게서 스팅은 말할 수 없는 연민을 느꼈고.

진실인간으로 그를 존경하게 되었으며.

그의 됨됨이에 경의를 표하고 그의 삶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노래를 만들었을 것이다.



노래 "Donde Voy"에서 우리는 불법이민자의 설움을 이해할 수 있었고.

노래 "Piano man"으로 우리는 생계 속에서 하루하루 소실되어 가는 사람들의 짙은 우수에 공감했으며.

이 노래 "Englishman in New York"으로 우리는,

때로 누구나 느끼는 이방인적인 소외감을 떠올리는 동시에,

우리가 자꾸 금을 그어 다른 누군가를 경계 밖으로 내모는 행위가 과연 정당한가, 하는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된다.


이것이 노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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