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차는 달려가고 May 04. 2023

인생은 가시밭길

책을 기록함

<에도로 가는 길>


에이미 스탠리 지음, 유강은 옮김, 생각의 힘,



이 책은 여자 쓰네노 기구한 인생행로를 따라가며 19세기 중반  일본 사회를 들여다본다.

내가 좋아하는 미시사 방식의 서술이고.

에치고의 고요한  산골마을과 화려하고 시끌시끌한 에도가 나오는 흥미로운 배경이지만,

이전에 읽은 <산파일기>만큼 매력적이지는 않다.


<산파일기>는 개인이 27년 동안 써놓은 비망록을 근거로 인물과 시대를 재구성한 책이고.

이 책은 절이라는 특성에서 꼼꼼하게 기록하고

일일이 보존한 공, 사 문서를 근거로 역사적 관점에서 연구한 성과이다.

연대기적으로 나열된 역사 서술보다는 이렇듯 이야기 방식의 책이 친밀하게 읽힐 수 있겠다.


쓰네노의 삶이 이야기를 끌어가지만

책의 많은 부분은 마지막으로 치닫는 에도 막부 동향과 사회, 정치적 흐름에 할애되어 다.

물론 사회의 움직임과 개인의 삶은 씨실 날실처럼 긴밀하게 얽혀 있어서,

한 나라의 사회, 정치적 움직임과 심지어는 세계정세와도 개인의 삶은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



평민 중에서는 신분과 재산이 어느 정도 확보된 에치고 지방

이시가미 마을의 집안  쓰네노는,

(일본에서는 승려가 가정을 꾸린다.

절은 장자가 승려가 되어 세습하 가업),

열두 살에 다른 지역, 같은 종파의  집안으로 시집갔는데.

아이 없이 15년 결혼생활 끝에 친정으로 돌아온.

부모가 고른 두 번째 결혼 상대는 제법 넉넉한 농가 집안이었다.

그러나 결혼하던 해부터 이어진 몇 년 간대기근이 끝날 무렵, 결혼생활은 종지부를 찍는다.

에도시대 일본에서 여자는 반드시 아버지나 남자 형제, 또는 남편의 호적 안에 속해야 했으니.

몇 년 만에 반품되어 친정으로 돌아온 쓰네노는 몇 달 만에 주변의 읍내 집안으로 세 번째 시집을 간다.

세 번 째는 더 짧았다.

같은 해에 두 번째, 세 번째 이혼을 당하고 친정으로 복귀한다.


그렇게 집안에서 결정한 세 번의 결혼생활이 끝났을 때 쓰네노 친정에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가업을 이은 큰오빠 네 식구가 늘어나는 중이었으며.

길고 지독한 기근에서 겨우 벗어난 참이라 집안 형편도 어려웠다.

성질 나쁘고 이기적이며 고집 세다는 쓰네노에 대한 가족들의 평가도 친정살이에 어려움을 더했겠지.

하여간 세 번의 결혼을 이혼으로 끝낸 서른다섯 살 쓰네노는 집안 식구들 몰래 꿈의 도시 에도를 향하기로 마음먹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에도의 높은 집안에서 일할 포부로 집을 나섰지만,

에도에 도착하기까지는 치욕적인 시간이 있었다.

굶주림 끝에 간신히 하녀 일자리를 얻고,

일자리가 안정되자 곧 고향 남자를 만나게 되어.

이번에는 자발적으로 선택하여 결혼한다.

에도 막부 말기, 

그러나 핍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개인의 삶은 쉽게 흔들린다.

일자리를 잃으면서 남편은 포악해지고.

나날이 어려워지는 쓰네노의 인생은 친정에 애물단지가 되어,

헤어졌던 에도의 남편과 재결합할 무렵 쓰네노는 친정과 마을에서 절연당한다.



이 사이, 에도 막부는 점점 어려워지는 경제적, 정치적 상황에서 헛발질만 해대고.

쓰네노가 50년을 못 채우고 고달팠던 인생을 마칠 즈음에 

미국의 페리 함대는 일본에 개항을 요구하러 태평양을 건너오고 있었다.

도쿠가와의 에도 막부에도 종말이 닥친 것이다.


에도라는 권력은,

그 일상이 실제 작동하는 데는,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외지에서 유입된 사람들이 그 허드레일과 실무를 도맡았다.

눈으로 길이 막히는 겨울 동안 산골마을 에치고 사람들은 에도에 와서 계절노동자로 일을 했고.

풍문으로 에도를 동경했던 쓰네노는 암초에 부딪친 인생의 새 길을 열고자 가족을 속이고,

에도를 향해 길을 떠났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의 주거건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