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의 단점도 콕 집어내지만 나의 잘못도 잘 깨닫는다.
가만히 누워서 이미 저질러놓은 언행을 두고두고 곱씹는 타입.
악의는 아니었는데 사려 깊지 못해서,
뇌가 청순하므로 뭘 몰라서,
또는 안 그런 척했지만 사실은 어색해서 쓸데없이 떠들어댄 말들이,
연거푸 이불 킥이다.
어제그저께 일들이 아니다.
수십 년 전 일들이다.
어우,
누가 제 머릿속 전등 좀 꺼주세요.
술을 마시는 사람이었으면 조금은 수월하게 넘어갈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나는 맨 정신으로 지난날 나의 잘못된 언행을 곱씹고 곱씹다가 지쳐,
심신의 번아웃이 와서야 머릿속 자해가 멈춘다.
그러고는 몸이 아프지.
나이 들어 좋은 점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해서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거나.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은 기꺼이 포기한다든가.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어느 선에서 멈추기가 가능해졌다.
내가 별 사람이 아니고,
내 인생이 대단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담담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오늘의 결론은,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 어느 부분은 나사가 덜 조여진 채 출고된다.
그 부분이 어디냐의 차이.
사소한 부분일 수도,
중추 기능을 담당하는 치명적인 부분일 수도 있는데.
받아들이자.
'나'라는 사람이 완전 불량품은 아니지만,
몇 군데 나사가 덜 조여져서 덜컹거리거나 기능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덜커덩 덜커덩,
그렇게 살아가는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