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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May 12. 2023

인생의 혹한기, 세상의 혹한기

끄적끄적

누구나 다 보면 때때로 감당하기 어려운 난관에 부딪친다.

도무지 어디서부터 실타래를 풀어가야 할지 깜깜한 오리무중.

답이 안 나와.


며칠 전 내용 일부를 소개한 책 <에도로 가는 길>에는 1830년대 일본을 덮쳤던 덴포 대기근이 등장한다.

쓰네노가 넉넉한 농가로 두 번째 시집을 갔던 해에 대기근이 시작되었는데.

몇 년 계속되는 이 고난에서 남편과 튼튼한 결속을 이루지 못한 쓰네노는 이혼장을 받게 된다.



계속 쏟아지는 비로 시작한 흉년은 한 해로 그치지 않았다.

식량이 없어 까지 먹어치우니 다음 해 봄에는 농사지을 종자 .

날씨가 좋아져도 종자가 없어 농사 면적이 줄어드니 흉작이어지고,

여기에 냉해가 더해지니 연이은 흉작으로 굶주린 사람들은 기아와 전염병으로 죽어나.

살아남아도 뼈만 앙상하

농기구는 진즉에 전당포에 맡겼으니.

이제는 농사 지을 힘도 다.


농촌에서 시작된 흉작은 도시의 곡물 가격을 치솟게 하고.

경기 악화로 일자리를 잃은 가정에서 불화가 일어난다.

가족은 쉽게 다투고 가정은 붕괴된다.

정부도 대책을 세우고 여러 정책을 시행은 해보지만 적절하게 대응못하고.

모순이 누적되어 시효가 만료된 정권은 몰락으로 이어졌다.



역사를 보면 대기근이나 팬데믹, 전쟁이 주기적으로 찾아와 인류를 괴롭힌다.

19세기, 영국 지배 하에 있던 아일랜드에는 영국인 등 소수의 부재지주가 대부분의 땅을 차지하고 있었고,

괜찮은 먹을거리들은 다 영국으로 흘러갔으니.

인구의 대다수인 빈곤한 아일랜드 농민들은 금방 썩어버리는 감자를 주식으로 먹고살았다.

1845년, 유난히 습한 날씨에 감자마름병이 돌았고,

감자 농사를 망치면서 사람들은 굶주림으로 죽어갔.

어쩌면 자연재해로 끝날 수 있었을 이 사태는 영국 정부의 무관심과 방관으로 

사람과 경제의 연쇄적인 붕괴를 일으킨 대기근이 되었고.

그나마 살아남은 사람들은 살길을 찾아 무작정 미국으로 떠나기도 했.


재난은 전염병이나 전쟁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14세기, 동방에서 시작되어 무역로를 따라 서구 전역으로 퍼져나간 흑사병은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로 인해 종교적, 세속적 권력이 그 권위를 잃고 이후의 역사 진행에 중요한 분기점이 다.

십자군전쟁이나 백년전쟁이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듯,

20세기에 들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은 뒤,

세계는 근대를 청산하고 본격적인 현대 사회에 들어섰다.



농업 위주의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기술이 발달하고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라고 주기적인 재난에서 벗어나는 건 아니다.

이번에는 경제 구조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자연재해로 인한 흉작, 그리고 전쟁, 전염병도 악영향을 끼치는데.

1920년대,

1차 세계대전의 최대수혜자 미국은 최고조의 호황으로 흥청망청 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유럽,

특히 1차 세계대전의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독일 경제는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니 전쟁 수요로 증가했던 미국의 생산량을 소비할 유럽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태에서,

호경기로 주식,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소비가 급증했던 미국 경제는 1929년 대공황을 맞는.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실업과 파산은 숱한 굶주림과 길거리 인생을 만들어 내고.

미국 경제의 붕괴는 지구 전체로 번져나가 전 세계는 혹독한 고난을 겪는.

몇 년 뒤, 미국은 뉴딜 정책으로 붕괴된 경제를 수습하 시작하고.

이후 유럽에서 다시 일어난 세계대전으로 미국 경제는 완전히 회복되어 미국은 패권국가의 지위를 굳건히 한다.

한편 독일의 경제 붕괴는 히틀러의 나치가 정권을 잡는 인이 되었고.

이로 인해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셈이니,

원인과 결과는 서로 물고 물린다.



코로나 팬데믹이 지구를 휩쓸고 가더니

동안 축적된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심상치 않다.

이미 세계경제가 서로 맞물린 상황에서 세계경제 전체에 대한 안목도,

근본적인 구조를 건강하게 만들 의지는 없이,

당장 코앞에 닥친 자기 나라 문제 수습에 국한하여.

여전히 '보이지 않는 손' 타령이나 하면서

거대 부자 막무가내탐욕은 정당화하고 있으니.


대공황으로부터 한 세기 가까이 지난 이 시점에

아무래도 크게 폭풍이 닥칠 모양이다.

어떤 모양으로, 얼마만큼, 언제 시작되고,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르니.

겪은 뒤에나 알게 되겠지.

폭풍이 휩쓸고 가면 아마 우리는 달라진 세상을 살게 될 것이다.

그래왔듯이.

그때까지 우리는 어떤 고난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게 될까.


다들 건강하게 살아남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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