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멘털을 위한 심리책>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전경아 옮김, 갤리온
개인적으로 자기 계발서 종류를 좋아하지 않는다.
처세술 책도 마찬가지.
심리학 책도 학술적인 이론서는 좋은데 일반인들 대상으로 짧게, 듣기 좋은 말만 써놓은 가벼운 책은 내키지 않는다.
마음이라는 게 진흙 빚듯이 조몰락조몰락해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정신과 의사가 쓴 이 책은 "사소한 일에도 흔들리고 부서지는 당신에게 필요한 마음의 기술"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간략하고 쉬운 글이라서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잠깐씩 비는 시간에 읽을 만하다.
세상이 힘겨워서 팽팽하게 신경이 곤두선 나의 태도를 다독일 수 있는,
작은 팁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소개해보기로.
상황이 내 맘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는 많습니다. 그리고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은 어떻게 해도 안 된다는 뜻입니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죠. … 이럴 때 꼭 명심해야 할 것은 현실과 싸우지 않는 것입니다.
아무리 싸워봤자 상대는 현실이라서 이길 가망이 없습니다. … 현실을 상대로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라고 줄을 힘껏 잡아당겨도 현실은 뭐 하나 바뀌지 않습니다. 그저 짜증만 날 뿐이죠. 현실과 싸우면 싸울수록 스스로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부정적인 에너지를 받게 됩니다. …
자신이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는 걸 인정해 주세요. 이미 몹시 힘들어하고 있으니 더 이상은 힘들지 않게 해 주자는 마음으로요.
point,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나를 다정하게 대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44, 45쪽)
이미 정해진, 어쩔 수 없는 일에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것도 나름 의미는 있겠지만.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일단 상황은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편이 효율적이지 않을까?
우리 세대가 페미니즘이 공식 거론되기 시작한 거의 첫 세대가 아닐까, 싶은데.
그 당시 나는 남녀차별과 먼 세상에서 살아왔기에 내용에 별로 공감은 하지 못했었다.
다만, 일부 여학생 중에 "왜? 나는 여자로 태어났을까?"라는 불평이 의아했었다.
이미 여자이고, 여자라서 부당함을 당했다면 그것을 바꾸도록 노력해야지,
아니 남자로 태어났으면 그 부당함을 행사했을 거란 말인가?, 했었네.
문제 해결은 지금, 이 순간의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시작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먼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파악하고 이를 수용하자.
다른 사람에게 주의를 줄 때는 행동과 인격을 구별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주의를 줘야 하는 것은 상대의 행동입니다. 인격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이 인격을 공격당했다고 느낄 정도로 주의를 받았다면 상대가 그 두 가지를 혼동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point, 공격하는 사람의 ‘내용’과 ‘표현 방식’을 구분하라.
(각 68, 69쪽)
내가 누구를 지적할 때도 있고 지적을 받을 때도 있는데.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서 지적하거나,
나의 문제에 대한 지적을 곧 나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면 진솔한 대화가 어려워진다.
생활 속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이지.
그러니까 누군가를 나무랄 때 잘못된 행위 자체만 조용히 지적하고 그 사람의 인격까지 모독하지는 말자.
문제를 제기할 때는 문제에 관한 대화임을 전제로 하자.
대개 내면이 허약할수록, 문제 제기가 곧 자신에 대한 비난 또는 공격이라고 과하게 받아들이는데.
지적을 하거나, 지적받을 때 너그러운 마음과 함께 좋은 대화의 기술을 익힐 필요가 있다.
실생활에서 자주 겪는 어려운 부분.
일단 불안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부터 없애봅시다. 언뜻 보기에 불안은 성가신 감정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은 아주 쓸모 있는 감정입니다. 인간에게는 불안 외에도 분노, 실망, 슬픔, 질투 등 다양한 감정이 있습니다. 이런 어두운 감정은 … 전부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 생겨나는 감정입니다. …
이 감각들은 우리를 지켜주고 보호해주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감정은 마음의 감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체의 감각이 내 몸의 현재 상태를 가르쳐준다면 감정은 내 마음 상태를 알려주는 센서인 것입니다.
불안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감정입니다. …
다른 감정들에도 각각의 의미가 있습니다. 따라서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는 그것을 부정하지 말고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를 잘 살펴본 뒤 그 감정을 일으킨 원인에 잘 대처하면 그만입니다.
(128, 129~130쪽)
자신 안에 있는 부정적인 감정을 이해하고 인정할 수만 있어도 훨씬 좋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자꾸 합리화하려는 비겁한 태도가 문제다.
부모가 자식을 신경질적으로 채근할 때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인생에 대한 나의 불안감을 아이에게 투사하는 경우가 더 많을 지도 모른다.
나의 불안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래서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 판단이 흐려지고.
그러다 보면 실패하고, 실패는 더 큰 불안을 낳고 -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불안을 차근차근 분석하고, 이해하면서 근거 없는 두려움을 떨칠 수 있도록 마음을 단련해 보자.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기를 겪은 후, ‘아, 이걸 배우기 위해 지금까지 고생한 거구나’라고 납득한 적이 있지 않나요? … 그 시기가 있었기에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게 되고 이런 식으로 시야를 넓히면 눈앞의 작은 일에 휘둘리지 않게 됩니다. … 시야를 넓힌다면 진정한 베스트는 따로 있을지도 모릅니다. 인간이 완벽한 존재가 아니듯 우리가 만들어낸 결과에서 나오는 답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할 수 있을 만큼 노력은 하되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은 큰 흐름에 맡겨봅시다.
(139~140쪽)
역경은 이겨낼 때에 의미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시련, 역경, 고난은 우리를 패배시킬 뿐.
매일매일 닥치는 자잘한 역경에 부들부들 화를 먼저 내지 말고 의젓하게 대응해 보자.
그 역경이 사실은 내게 기회였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