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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May 28. 2023

랜덤 플레이 댄스

끄적끄적

랜덤 플레이 댄스라는 게 있더군.

K-pop 유행의 일환이라는데,

임의로 노래가 나오면 광장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그 노래의 율동을 함께 하는 거다.

누가 가르치거나 시키는 게 아니다.

자발적으로 나와서 자기가 아는 노래의 그 율동을 즐겁게 다.

우리나라에서도, 해외에서도 이 행사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신나는 표정을 보니 나도 마음이 훈훈해졌다.



히피 문화를 살펴보면서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약물 같은 부정적인 측면 말고)

미국 넓은 땅 여기저기에서 한 장소에 모여든 낯선 청춘들이 서로 어울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토로하며 함께 노래 부르고 춤을 춘다.

세상과 인생에 대한 관점에 공감하여 자신들의 의견에 걸맞은 생활을 실천하고,

비슷한 옷차림을 하며 공동체 생활까지 갈 수 있었던 데에는 서로의 생각과 의견과 느낌에 깊은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게지.

나중에 각자의 길을 가면서도 젊었던 한때 이들이 공유했던 시간은,

문화의 각 방면에 흔적을 남겼다.


2002년 광화문 광장은'붉은 악마'로 들썩거렸다.

축구라는 매개체로 그날 그 자리에 모였던 사람들은 같은 기분에 공감했던 거다.

그저 축구 경기를 구경만 하는 수동적인 관중의 위치를 넘어

경기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어울려 자신들의 기분과 느낌을 주장하는 적극적인 행위를 했다.

마음이 일치한 그 시간이 소중했다.


같은 장소, 2016년에는 100만 촛불이 불꽃을 피웠다.

전국에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자발적으로 모여든 사람들은

반드시 주장하고 이뤄내야 할 공통의 어떤 생각과 뜻있었다.

 생각을 외치면서 기필코 이루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랜덤 플레이 댄스에 비슷한 정서가 깔려 있는 게 아닐까.

몽글몽글 내 마음에 피어나는 어떤 기분과 생각.

그것들에 공감하는 흩어져 있는 마음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같은 노래의 선율과 리듬에 맞춰,

일치하는 동작을 나눈다는 것.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서로 좋아하는 노래를 따라 같은 동작을 하는 순간,

광장의 사람들은 우리가 통한다는 느낌으로 벅찬 기분을 느낄 것이다.


온라인 세상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 같지만,

그건 전초전일 뿐이고.

진짜는 사람들이 자신을 드러내고 얼굴을 마주치며,

같은 공간에서 몸짓이나 언어로 자신의 감정을 발산하여 공감하는 그 찡한 순간이다.



그러므로 광장의 문화를 허용하라.

방구석에서 외톨이로 혼자만의 생각을 키워가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그렇게 성숙시킨 감각과 생각을 서로에게 토로하고 이해를 나눌 수 있는 광장이 절실하다, 는 생각이 들었다.

광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는 문제의 답을 찾아가는 게 아닐까.


각자 따로 방구석에서 썩어가는 무력한 외톨이들을 독재자는 좋아할지 몰라도,

그래서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없다.

햇빛 짱짱한 광장에 모여서 토론을 하고 의견을 나누며,

문제를 인지하고.

올바른 방법을 찾아 실천해야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할 때 우리는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여 함께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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