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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May 27. 2023

전시 배급제

끄적끄적

하도 두서없이 이런저런 책을 읽는 사람이라,

어디서 읽었는지 모르는 엉뚱한 주제가 난데없이 떠올라 한동안 머릿속을 점령하기도 한다.

문득 전쟁을 겪는 나라의 민간인들이 떠오르면서

설마 우리 생전에 전쟁 겪을 일이 있겠어?, 하는데.


어느 나라든 예상치 못한 시점에 전쟁이 일어 아수라장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

그렇다고 방공호를 파고 민방위 훈련을 하자는 건 아니고 전쟁이 일어났을 때 어떤 상황을 겪을까,  상상은 해볼 수 있겠지.



예전에 어느 책에서 봤는데,

라디오를 통해 천황의 종전선언을 듣던 어느 일본 처자는 ,

"이제 몸빼는 벗어던져도 되겠구나!" 하는 기쁨이 제일 먼저 들더라 했다.

전시에는 군인만 전투복을 입는 게 아니라 민간에게까지  전투태세를 요구하므로 국민들의 사치를 금하는 분위기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본토에서는 전쟁이 없었던 일본은, 민간인들도 이미 있는 좋은 옷은 다 놔두고 전투복 비슷하게 생긴 최저한옷차림을 입어야 했던 것이다.

지난 시절, 우리나라에서 학생들이 교련복을 입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전쟁이 나면 우리도 죄다 그런 옷을 입어야 할지 모르겠다.


전쟁 중에는 시장이 제대로 기능할 수 없으며

정상적인 생산활동이 어렵고 소비재를 수입해서 유통하는 통로가 거의 막힌다고 봐야 하므로.

전쟁 수행에 필수적인 일부 기능을 외에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막힌.

민간에도 식량 등 대부분의 필수 소비재들은 배급이 실시될 것이다.

물자를 직접 나눠주기보다 수령인의 신원과 물건 품목이 적힌 쿠폰을 받아서 물자와 교환하는 방식이겠지.

쌀 외에는 식량 부족국인 우리나라에서 식량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한데.

맛이나 질을 따질 계제가 아니니 간신히 생명을 유지할 수준가능하겠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촌지역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돈을 더 주고라도 식량 보급을 기대해 보겠고.

또는 암시장에서 비싼 값을 치르며 약간의 물품을 구입하거나,

남는 배급품은 서로 바꿀 수 있겠지.

당근이 불티날 거임.


그러면 어떤 식료품을 배급받을 수 있을까?

지금도 재난 시에 배급하는 구호품이 있는데 이에 준해 상상력을 발휘하면.

쌀과 라면은 확실히 배급받을 것 같다.

한국전쟁 중에 밀가루를 배급했다니 밀가루를 줄 수도 있겠다.

건빵은 있겠지?

김치는 쉽지 않을 걸.

일부 재난지역이라면 모를까 위기 상황에서 전 국민이 먹을 만큼 김치공장이 제대로 작동할 의문이다.

부피가 작은 단무지는 받을 수 있겠지.

계란은 줄까?

저장성 있는 김은 받을 것 같다.

레트로트 식품이나 통조림도 가능하겠다.

전시에 군인들 전투식량은 계속 보급해야 하니까 레트로트 또는 통조림 형태의 음식들은 공급이 가능할 것이다.

고추장, 된장, 간장, 기름, 소금, 설탕은 없을 수 없겠고.

우리나라가 옛날옛적 가난할 때 무가 조상들을 살렸다고 하던데.

무청이 달린 무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재난구호품에 생수는 꼭 끼어있던데 전시라면 부피와 무게가 부담스러운 생수는 배급이 어려울 수 있겠다.

그러면 보리차는 줄까?


식료품은 배급받았지만 가스나 전기, 상수도 기능이 원활하지 않다면,

제대로 된 밥상을 차리기는 힘들겠다.

하긴 연이어 공습경보가 울리고 사람들이 피신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간을 들여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반찬을 만들 여유가 있겠는가.



그러면 우리는 어떤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소금주먹밥에 라면을 단무지랑 먹고.

계란이 있다면 간장계란밥은 되겠지.

보리차를 끓여서 홀짝홀짝 마시면서

시래기는 잘 말려 된장국을 끓이고. 

칭얼거리는 아이들에게는 건빵과 설탕물을 주면서.

생일이면 꽁치 통조림이나 참치통조림을 별식으로 먹겠지.

멸치가 있다면 육수를 내어 수제비라도 끓일까?


시련에는 그 시기가 끝나면 좋은 가르침을 남기고 원상회복 되는 시련이 있고.

인간성이 파괴되어 복구 불가능한,

그다음 몇 세대에게까지 악영향을 끼치는 시련이 있다.

전쟁은 겪을 때도 참혹하지만 전쟁이 끝나도 그 괴로움은 금세 그치지 않는다.

결코 죽지 않은 전쟁의 참상이 날뛰는,

우리가 지금도 여전히 목격하는 마음속으로 전쟁 중인 사람들.

정상적인 인간관계가 아니라 너를 죽여야 내가 산다, 는 악마의 자세로 이 사회를 망치는 사람들이 그 후유증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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