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 흥미가 없다.
남들이 베스트셀러를 찾아갈 때 혼자 옆길로 새는 타입.
맛집 앞에 줄 서본 일은 손에 꼽고.
잘 다니던 곳도 사람이 많아지면 피하게 된다.
그냥 성격이 그렇다.
그러니 요새 어디가 핫플이래, 뭐가 잘 팔린대, 하면,
자동적으로 음, 돌아 나온다.
익선동이 뜬 지 몇 년이 지났는데 당연히 가볼 생각이 없다가,
그런 곳을 좋아하는 자매와 만날 일이 있어 가고 말았다.
유행이라는 음식도 먹고,
인스타 감성 카페에 가고.
좁은 골목에 다른 사람들과 어깨를 맞부딪치며 간신히 골목을 빠져나왔다.
첫 번째 느낀 점은 물가가 정말 많이 올랐다는 점.
뭘 해도 다 돈이니 한창 밖에서 시간 보낼 젊은 사람들은 얼마를 벌어야 친구들과 어울려서 여기저기 돌아다닐까, 싶더라.
자리에 잠깐 앉기만 해도 몇만 원 우수수 나가니
(누리는 질에 비해 가격이 너무 높다)
집에서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하는 사람으로서 깜놀이었다.
하긴 우리 세대가 젊었을 적에도 그랬을 거다.
원래 돈 버는 사람이 돈 쓰는 사람을 못 이기지.
두 번째는 여기도 얼마나 갈까, 싶더라.
당장은 특색 있어 보이지만, 음, 모르겠다.
쭉, 오랫동안 그곳만의 독특한 감성을 유지하는 동네가 있으면 좋겠는데.
세 번째는 날이 더워져서 그런지 약간 동남아시아 관광지 감성이 섞인 느낌?
해외로 여행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관광지 감수성이랄까, 하는 게 일상 속으로 들어온 기분이더라.
하여간 돈은 팡팡 썼으나 밥도, 차도, 케이크도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던 노인 세대의 짧은 논평이었습니다.
오밀조밀한 분위기를 좋아하면 재미있겠다.
홍대 앞은 워낙 넓고 다양한 데다
내 젊을 적 기억이 있는 곳이라 그런지 그리 생경하지는 않은데.
창덕궁 부근에서 여고 시절을 보냈던 사람으로서 유난스럽게 변해버린 익선동은 낯설었다.
돌아오면서 종로를 걸어왔는데 대로변의 많은 건물들에 공실이 적지 않아서,
익선동 쪽 사람들로 붐비던 풍경과 대조되더군.
세월이 흐르고 세상은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