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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May 29. 2023

인생은 짧으나

끄적끄적

허먼 멜빌의 <모비딕>을 읽고 있다.

한 글자, 한 글자 꼭꼭 눌러쓴,

광대한 정신세계를 각고의 수공으로 형상화한 소설이다.


지금은 이 작품이 영어권 최고 문학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작가가 죽었을 때는 '한때 문학에 종사한 바 있는 시민'으로 소개되었을 뿐, 전혀 평가받지 못한 작가였다.

첫 작품은 어느 정도 대중의 호응을 받았나 본대,

정작 작가가 쓰고 싶어 했던, 깊이 있는 이 작품은 문단에서 철저히 외면받았다.



조각가 권진규도 혼을 다해 작품을 만들었지만 팔리지 않고 선반에 차곡차곡 쌓이기만 하다가,

외로이 죽은 뒤에 그의 작품들은 인정받았다.

여러 번 소개한 바 있는 작가 로베르트 발저도 평생 무명의 작가로 고된 삶을 살아야 했다.

화가 고흐도 마찬가지.

동생이라도 형의 작품 세계를 인정하고 후원했으니 그나마 다행일까.


살아서는 작품성인정받지 못하고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 고단하게 작품 활동을 하다가,

사후에 높은 평가를 받는 예술가가 적지 않다.

평생 힘들외롭게 작품만들어냈으나 죽은 뒤에는 작가도, 작품도 땅에 묻혀 잊힌 예술가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반면에 살아서는 최고의 평가를 받으며 호의호식했으나.

죽음과 동시에 깨끗이 사라진 예술가도  있다.


예술을 하려는 청년들에게

살아서 고달프나 죽어서 높이 평가받는 경우와

편하게 작품 활동을 하면서 좋은 평가도 받지만 죽으면 잊히는 경우에서 고르라고 한다면,

죽은 뒤에길이 남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말할지 모르겠는데.

심혈을 기울인 작품마다 면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물질적, 정신적, 심리적 뒷받침이 전혀 안 된다면,

그런 상황에서 수십 년을 견뎌야 한다면.

여간한 정신력으로는 살아내기가 어려울 것 같다.

자신이 그렇게나 전심전력을 다했는데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면

자신의 재능과 작품성을 혼자 주장하기 민망할뿐더러.

예술 작품이란 타인의 마음을 움직여 작가의 작품 의도에 공감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목적일 텐데,

어느 누구의 마음도 울릴 수 없다면 작가는 자신의 재능과 작품을 의심할 수밖에 없겠지.


그런 시간이 계속되다 보면 많은 예술가들이 그러했듯,

확신이 흔들리면서 극심한 현실과의 부조화로 정신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작품 활동으로 수입을 만들 수 없어 생계가 곤란하다면,

자신의 생활을 책임지지 못하는 현실에 눈감고 작품 활동 지속하기도 어려울뿐더러(생계가 해결되지 않으므로).

한 인간으로서 무능하고 무책임하다는 자책을 할 수밖에 없겠지.



예술은 작가의 생명을 거름으로 자라나결실이다.

모든 것을 걸고 작업하다가

국에는 목숨까지 바쳐야 한다.

그래도 동 말동.

그러니 적당히 생계비를 벌면서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 작품을 하라, 는 타협은 애당초 불가능한 제안이다.

책을 읽고 나면 늘 작가 연보를 읽는데.

간략하게 소개된 작가의 약력 그 행간에 얼마나 깊은 고뇌와 처절한 삶의 번민이 담겨있을까.

지나고 보면 인생은 금방인

살아가는 그 하루하루의 이루 못할 고달픔이라니.


영원한 안식을 얻으시기를.

이렇게 이해타산 따지지 않고 진리에 자신을 내던진 분들이 있어 인류는 문화를 이룰 수 있었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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