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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May 30. 2023

돌파구를 찾아서

끄적끄적

영국 소설에 재산 상속으로 인생의 반전을 얻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쓴 바 있다.

뜻밖에 많은 재산을 상속받아 부자가 되는 경우가 실제로 없지는 않았겠지만,

상속 같은 횡재가 아니라면 그날이 그날인 보통사람들의 인생이 활짝 필 수 있는 계기가 없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비슷한 사례로 식민지로 간 사람이 큰돈을 버는 경우가 있다.

신분사회에, 경제구조가 단단히 자리 잡은  시대 영국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단시일 내에 큰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을 것이다.

기회의 땅, 식민지에서 부자가 된 사례가 없지는 않았겠지만,

그렇다고 소설에 나오듯 성공이 그리 빈번하거나 큰 것은 결코 아니었을걸.

단번에 신분 상승하여 사랑까지 움켜쥐는 소설 속 주인공에 독자들은 대리 만족했으리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뻔한 생활에서 볕 들 날을 기다린다.

많은 사람들이 앞날을 계획하기 어려운 불안정한 재정 형편에서 살아간다.

고정 수입이 있다 해도 수입에 간신히 지출을 맞추는 빠듯한 살림살이라.

숨통이 조이는듯한 막한 현실을 벗어던지고 마음껏 활개치고 날아오를 날을 꿈꾼다.

상속받을 재산도 없고,

식민지에서 한탕할 기회를 못 얻은 사람들은 어디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을까?


소설 <모비딕>은 고래잡이가 배경이다.

19세기 중반 미국은 포경업이 성행이었고,

그래서 사람들은 험한 고생을 감수하고 몇 년씩 걸리는 포경선을 탔다.

월급은 없고 수익에 대한 배당금을 받는 방식.

밥은 준다.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

목숨을 내놓을 수도 있지.

무서울 것 없는 청년들은 다시 땅을 밟을 때는 제법 큰돈을 손에 쥐었기를 희망하며 거친 망망대해로 나갔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는 금광 붐이 불었다.

미국 서부에 금광이 발견되었다는 소문에 사람들은 멀고 험한 대륙을 횡단하여 캘리포니아 땅에 도착했다.

인생역전에 대한 기대.

도시에서, 공장에서 몇 년을 고생해도 어차피 가난뱅이 신세인걸.

그러니 죽거나 까무러치거나,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일에 끌렸겠지.

 


일확천금을 바라니 무모하다고 나무랄지 몰라도,

고래잡이나 금광이나 자신의 시간과 노동력에 더해 모험심까지 투자한 정당한 일자리였다.

남의 돈을 빼앗겠다는 악의도 없고,

쉽게 살겠다는 약은 짓을 하지도 않았다.

힘들더라도 몇 년,

안정적인 일상을 포기하며 그저 결실을 기대했을 뿐이다.


그들이 정말 넉넉한 돈을 손에 쥘 수 있었는지, 모른다.

실컷 고생만 하고 심신이 너덜너덜해져서 어딘가에 패잔병으로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아,

여기에서도,

작은 확률을 기대하며 뛰쳐나간 그곳에서도,

지긋지긋한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인생은 그저 견디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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