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제대로 한 것도 없는데 또 한 달이 지나갔다.
오월이 갔으니 봄도 간 거지.
그동안 뭘 했더라?
꼬박꼬박 밥 해 먹은 것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는데...
생의 마지막이 다가왔을 때도 이렇겠지?
뭐 했더라?, 하면,
꼬박꼬박 밥 먹고, 잠자고.
그밖에는 별 생각이 없을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머릿속은 분주했고,
뭔가를 한다고 몸을 움직이기는 했지만.
그것들은 다 흘러가버리고 밥 먹고 씻고 잠잔 한 달만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스스로 세상에서 자가격리 하는 바람에 그래도 마음에 켕길 만한 말은 덜 내보냈고.
머릿속으로야 오간 게 많았겠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일이 적었으니,
실수가 많지 않아 다행이랄지.
좌충우돌하면서 잘못하는 게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까
나이가 든 지금은 최대한 입은 다물고 행동은 적게 하자는 보신주의가 체득된 느낌이라서요.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많이 덤비십시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고,
능력치도 개발되며,
한계와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으니.
그러다 한동안 성찰의 기간을 갖고 자신의 언행을 돌아보면서,
잘못을 깨달아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답니다.
나이 들면 자신이 저지른 잘못들이 너무 아프게 느껴져서 감당하기가 벅찹니다.
저절로 조심조심 살게 되지요.
아, 또 아침이다.
일어나서 밥 먹자.
먹는 것만 기억하는 인생이라니, 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