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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Jun 01. 2023

집순이의 외출

끄적끄적

평소에는 거의 집안에서 산다.

하지만 때때로 밖에서 처리해야 할 일은 생기고.

그래서 밖에서 볼 일을 한데 묶어 이틀 연속 오전부터 나가서 쌩쌩 한나절을 돌아다녀야 했다.

볕은 어찌나 따가운지.

모처럼 선크림을 발랐는데도 얼굴 피부가 여태 따갑다.



밖에서 한나절을 보낼 경우 가장 먼저 체감하는 건 비용 지출이다.

아침밥을 많이 먹어 배가 불렀음에도 외출 전에 일부러 간식을 먹고 나갔다.

그런데 더운 날 막 돌아다니다 보니 너무 힘들어.

당 충전이 시급해지길래 식당을 찾아 늦은 점심을 먹고.

다리도 아프니까 카페에 들어가서 차 한 잔에 쿠키 하나 먹으며 쉬어주고요.

땀이 뚝뚝 떨어지니 틈틈이 전해질 음료도 마셔야지.

(나이 드니까 생수로는 모자란다.)

돌아다니느라 차비에, 일 보느라 드는 비용에 더해서.

몸이 피곤하니 허기지는 심정이 되어서 이것저것 먹을 것들이 막막 눈에 들어오던걸.

충동적으로, 과하게 먹을 것들까지 사 오고 말았다.

어차피 다 내 입에 들어가겠지만요.

그래서 이틀 간의 외출로 5월의 곳간은 남은 거 하나 없이 깨끗이 비워졌습니다.


오늘은 화상 입은 피부에 팩을 하고.

근육이 놀란 다리에는 근육통 약을 발라주며.

냉장고의 음식들로 배를 채우면서 하루 종일 늘어져야지.

이틀 동안 힘들었다.



예전에 우리 집 단골 화장품 방문 판매원이 오시면 어머니는 밥상부터 차려내셨다.

밥부터 먹고 화장품은 천천히 보자고.

하루 종일 이 집 저 집,

그 무거운 화장품 가방을 들고 다니노라면 얼마나 허기졌을까.

모두가 환영한 것도 아니었을 텐데...

힘들게 번 돈으로 밥이나 선뜻 사드셨겠나.

작고 다부지던 그분의 애환이 문득 떠오르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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