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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Jun 04. 2023

개러지 세일

끄적끄적

아침밥을 먹으면서 너튜브를 둘러보다가,

캘리포니아 어느 동네의 개러지 세일을 보게 되었다.

마당이 있는 단층주택들이 모여있는 조용한 산층 동네.

이 집 저 집 차고문을 열고 온갖 잡동사니들을 주섬주섬 꺼내놓았다.


미국은 소비문화가 정말 발달해서 쇼핑은 일상이고.

그래서 집에는 온갖 물건들이 쌓인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집이 넓은 편이니까 그저 한없이 쌓아두는 생활 방식.



애당초 값나가는 물건도 아니었겠고,

개러지 세일이라는 게 값나가는 물건을 파는 행사도 아니니.

입던 옷, 여행 가서 사 온 기념품, 크리스마스 장식품에,

한구석 흠집 있는 테이블 같은 거,

애들 인형이나 낡은 그릇 같은 부엌용품 등 자질구레한,

있어도 그만 없어도 무방한 물건들이다.

개당 1달러짜리도 많고

묶음으로 5달러.

대체로 10달러를 넘지 않는 손때 묻은 물건들.


어느 집에서는 아들이 동부로 여행가게 되어 비용 마련을 위해 개러지 세일을 한다고 하던데.

잔뜩 쌓인 물건더미에서 살 만한 을 찾지 못한 한 손님은 기부금을 조금 내놓기도 하더라.

입가에 살짝 웃음이 감돌았네.

정겨워라.


그렇다.

생활이 안정되었다 해도 이것저것 고정적인 지출 항목이 빠듯하니 예상치 않은 비용이 발생하면 허둥대는 건 어느 나라 중산층도 마찬가지라.

이 참에 쓰지 않는 물건들을 솎아내어 집 정리도 하면서 푼돈이라도 만들고.

더해서 아이가 여행하는 데 일종의 책임감을 갖고

지출도 꼼꼼히,

구경도 찬찬히 하게 된다면 여러모로 좋겠지.



뭘 좀 사려고 돌아다니다 쇼핑센터마다 쌓여있는 물건들에 한숨이 나왔다.

진열된 물건이 그 정도고,

창고에는 재고가 얼마나 많을지.

집집마다 쌓여서 썩어가는 물건들은 오죽 많은가.

반면 지구상에는 생필품조차 없이 살아가사람들도 얼마나 많은데.

이제부터 인류적 차원에서 최소한의 소모품 외에는 물건 만들기를 그치고,

이미 있는 물건을 다 끄집어내어 필요한 곳에, 필요한 사람에게 골고루 나눌 수는 없는 것일까,

상상하면서 마지막 남은 홍차를 홀짝 들이켰습니다.


우리나라 주거 상황에서 개러지 세일은 불가능하니,

아파트 단지 별로, 동네 별로 벼룩시장을 정기적으로 여는 건 어떨까요.

마치 축제처럼 즐겁게 말입니다.

당근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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