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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Jun 02. 2023

세상의 고급 식품점

음식에 관한 단상들

나는 기계 종류는 전혀 모른다.

자동차브랜도 구분 못하는 기계맹.

관심이 없다.

그러니 전자기기 최신버전이 나올 때마다 플래그 스토어를 들락거리는 건 나와 먼 얘기다.

옷도 굳이 유행을 따르지는 않는다.

내가 입는 옷 스타일이 일정하여 그 범주를 거의 벗어나지 않거든.


하지만 음식에 관해서는 얼리어답터이다.

새로운 식품이라면 눈이 반짝이고.

고급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면 홀랑 넘어간.

그래서 시장 구경을 좋아하고

생산자가 직접 내놓은 농산물도 종종 구입한다.

여행 갔다가 그 지역농산물을 취급하는 가게가 보이면 냉큼 들어가 보고.

가격 상관없이 좋아 보이는 식료품은 사들인다.

오일장, 재래시장 구경도 재미있지.

인생 뭐 있나,

맛있게 밥 먹고 배 뚜드리면 극락인 거다.



그래서, 처음 런던에 갔을 때 해롯백화점 식품매장에서 넋을 잃었다.

윤이 반지르르 흐르는 온갖 나라의 식료품들에,

듣기만 했던 캐비어니 뭐니 하는 고가의 식품들에다가,

포장은 얼마나 예쁘게.

전문가 포스를 풍기는 매장 담당자들은 신뢰감을 상승시켰다.

식품부  구석에 바 형태의 간이식당들이 있었는데 어찌나 근사하던지.

시각적으로 매료되었고,

후각적으로 식욕을 발동시켰으며.

그래서 비싼 값을 치르고 밥을 먹고야 말았다.

맛있었다.

아니 맛있어야 했겠지, 값이 얼만데.

(1980년대 영국 파운드화는 참 비쌌다.)


그렇게 런던의 식료품점을 시작으로 여행 다니면서 세계 곳곳의 고급식품점들을 많이 구경 다녔다.

1990년을 전후한 몇 년 동안은 도쿄를 자주 들락거렸는데,

도쿄의 백화점들 지하 1층은 온전히 식품관이어서 그 풍성한 먹을거리들에 환호성을 올렸다.

막상 사 오면 너무 달거나 짜거나 밍밍해서 내 입맛에는 그냥 그런 맛이 상당수였는데,

눈으로 보기에는 정말 화려하고 다채롭더군.


1980년대는 세계적으로도 '유기농'이라는 구분이 거의 없다가

1990년대 들어서 유기농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대형매장이 생겨났던 기억이다.

그때 나는 캘리포니아 지역을 자주 다녔는데 LA 남쪽에 있는 대형 쇼핑센터에 커다란 유기농 전문매장이 문을 열었었다.

입구부터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먹음직스러운 갓 구운 빵으로 유혹을 해서는,

건강함을 과시하는 갖가지 색깔의 각종 식품들이 멋지게 진열되어 있었지.

잘 손질된 정육 등 고가 식료품을 취급하는 매장에서 이어지는 이 유기농 전문매장까지,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장바구니는 무거워지고 영수증은 차곡차곡 쌓였었다.



고급 식품, 이라면 대개는 값비싸고 희귀한 식재료들을 떠올린다.

그건 단지 남들과 구분되고 싶어 하는 호사가들의 취향이 아닐까.

지금 내가 생각하는 고급식품이란,

건강하고 순수한 대지에서,

생명체에 유해하지 않은 재료를 써서,

정성스럽게 자연적으로 농사짓거나 양육한 식재료라는 의미이다.

공장식 대량생산 식품보다 생산가는 높아지겠지만,

나는 다른 생활비를 아껴서 건강하고 올바른 식재료에 기꺼이 값을 치를 마음이고.


그러니 돈이 없으면 불량식품이라도 배나 채워라, 하는 태도는 인간 자체가 불량품이나 가질 만한 생각이다.

누구나 맑은 공기를 들이마실 권리가 있듯이

건강한 식품을 먹을 권리가 있고.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지켜야 할 책임도 있다.

그러니 바다에 방사능 오염수를 흘려보내서

바다 생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바다에서 나는 소금이나 수산물 등을 오염시키는 원인 제공은 아예 하지 말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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