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이 더운 날 여러 가지 음식을 한꺼번에 만들게 되었다.
갓 결혼한 조카가 살림에 서툴 것은 뻔하기에,
그럼에도 맛있는 음식은 먹고 싶을 거라,
일 년 동안은 매달 몇 가지 반찬을 만들어 갖다 주겠노라, 약속을 해버린 것이다.
아이고,
지난 몇 년 동안 나도 제대로 밥상 차려 먹은 날이 손꼽는데.
입이 방정인지,
몸과 상의 없이 앞서버린 마음이 문제인지.
하여간...
음식을 하는 시간보다 뭘 만들지 고심하고,
그 재료들을 사 오고,
조리도구를 닦고,
재료를 손질하고,
어질러진 부엌을 뒤처리하며.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포장하여 갖다 주는 시간과 수공이 훨씬 많다.
솜씨는 그다음 얘기지.
내 가족 먹을 음식이니 재료들을 일일이 씻고,
도구들도 재료마다 달리 하면서 쓸 때마다 깨끗이 씻지,
상업적으로 음식을 만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과정이다.
수고롭고, 피로하다.
비용으로 치면 도무지 답이 안 나온다.
환경 관련 책을 읽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시중에서 파는 식품들의 잔류농약을 검사했더니
빵, 특히 통곡빵에 잔류농약 수치가 높더란다.
가루를 빻을 때 곡식을 세척하는 과정 없이 추수한 그대로 사용할 테니,
그럴 만하겠구나, 싶었다.
판매용 대량생산에서 그 어떤 재료라고 꼼꼼히 씻을 수 있겠는가.
도구들도 구석구석 다 손을 대어 씻기는 어려울 테니 쉽게 화학약품으로 처리하겠지.
상업적 조리의 한계인 것이다.
오랜만에 여러 가지 음식을 하려니 정신이 없고 손도 굼뜨다.
아자아자!
맛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위생은 괜찮단다.
우리 직딩 신혼부부,
밥 먹고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