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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Aug 17. 2023

음식을 만드는 행위

음식에 관한 단상들

오랜만에 더운 날 여러 가지 음식을 한꺼번에 만들게 되었다.

결혼한 조카가 살림에 서툴 것은 뻔하기에,

그럼에도 맛있는 음식은 먹고 싶을 거라,

일 년 동안은 매달 몇 가지 반찬을 만들어 갖다 주겠노라, 약속을 해버린 것이다.


아이고,

지난 몇 년 동안 나도 제대로 밥상 차려 먹은 날이 손꼽는데.

입이 방정인지,

몸과 상의 없이 앞서버린 마음이 문제인지.

하여간...



음식을 하는 시간보다 뭘 만들지 고심하고,

재료들을 사 오고,

조리도구를 닦고,

재료를 손질하고,

어질러진 부엌을 뒤처리하며.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포장하여 갖다 주는 시간과 수공이 훨씬 많다.

솜씨는 그다음 얘기지.

내 가족 먹을 음식이니 재료들을 일일이 씻고,

도구들도 재료마다 달리 하면서 쓸 때마다 깨끗이 씻지,

상업적으로 음식을 만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과정이다.

수고롭고, 피로하다.

비용으로 치면 도무지 답이 안 나온다.


환경 관련 책을 읽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시중에서 파는 식품들의 잔류농약을 검사했더니

빵, 특히 곡빵에 잔류농약 수치가 높더란다.

가루를 빻을 때 곡식을 세척하는 과정 없이 추수한 그대로 사용할 테니,

그럴 만하겠구나, 싶었다.

판매용 대량생산에서 그 어떤 재료라고 꼼꼼히 씻을 수 있겠는가.

도구들도 구석구석 다 손을 대어 씻기는 어려울 테니 쉽게 화학약품으로 처리하겠지.

상업적 조리의 한계인 것이다.



오랜만에 여러 가지 음식을 하려니 정신이 없고 손도 굼뜨다.

아자아자!

맛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위생은 괜찮단다.

우리 직딩 신혼부부,

밥 먹고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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