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차는 달려가고 Aug 21. 2023

비빈다-한식의 독특함

음식에 관한 단상들

세계 어느 나라의 음식이든 보편성을 갖고 있는 동시에

그 나라 음식만의 독특함도 있다.

우리 음식은 식재료에 미리 밑간을 한다는 특징이 있다고 예전에 쓴 적이 있는데,

밥이나 맨 국수에 양념이나 반찬을 넣고 비벼 먹는 방식도 한식의 한 특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각종 비빔음식은 영양가가 있으면서 간편하게 밥상을 차린다는 장점이 있다.



밥에 갖가지 나물과 볶은 고기, 고추장 양념 또는 간장에 참기름으로 비벼내는 비빔밥은 언제 먹어도 맛있고.

계란프라이와 간장, 참기름을 넣어 비벼 먹는 간장계란밥도 쉽고 맛있다.

찬밥에,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모두 털어 넣어 은근한 불에 데우면서 참기름 똑똑 떨어뜨리는,

이름 없는 비빔밥도 참 맛있지.

더하여 계란프라이와 고추장까지 한 숟가락 얹으면,

그 포만감이라니!


국수는 삶아서 간장에 참기름만으로도 맛있는 비빔국수가 되지만.

고추장, 김가루, 계란지단, 고기볶음, 잔멸치볶음, 생선회무침 같은 반찬들을 얹으면 요리 수준으로 격상된다.

열무김치에, 배추김치에, 묵은지에 밥이나 국수를 비벼도 맛있지.

한식화된 짜장면도 마찬가지다.

춘장에 갖가지 식재료를 볶아내어 밥이나 국수에 비벼먹지.

인도에서는 차파티나 난을 쭈욱 찢어 싸 먹거나 찍어먹는 카레를,

우리나라에서는 밥에 얹어 쓱쓱 비벼먹는다.

마치 강된장에 밥을 비비듯 말이다.


인도에서는 다양한 향신료로 카레를 만들고,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식재료에 된장과 고추장으로 갖가지 찌개를 끓인다.

집밥에서 찌개는 정해진 레시피를 따른다기보다 

그때그때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로, 기분대로 입맛대로 자유롭게 만드는 내 맘대로 음식이다.

된장과 고추장에,

온갖 채소와 고기와 해산물의 다양한 조합으로,

다르기도 비슷하기도 한 찌개를 무한정 만들어낼 수 있다.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간 찌개는 원래 뚝배기 하나 정도 끓여서 식구들이 둘러앉은 밥상에서 다 해결했지만.

이제 식구 두엇이 바쁘고 단출하게 꾸려가는 상황에서는 어느 주말 한 냄비 되직하게 끓여내어서는,

그때그때 먹을 만큼 덜어서 보글보글 데워먹어도 맛있다.



조카네 음식을 만들어 주면서 찌개나 국은 부피가 크므로,

처음으로 '짜글이'라는 음식을 만들어 보았네.

찌개나 별다를 바 없는,

찌개 재료에 양념을 하면서 익히다가 국물은 적게 넣어 바글바글 끓여내는 음식이다.

돼지고기 목살, 감자, 애호박, 양파, 버섯, 고추 같은 재료에 고추장과 된장을 섞어서 한 냄비 끊였다.

조카네 것을 용기에 담고 남은 것을 내가 먹었는데.

찬밥에 짜글이를 얹고 전자레인지에 따끈따끈하게 데워서 쓱쓱 비볐더니.

다양한 식재료의 조합이 맛을 풍부하게 해 주고 식감이 보드라웠다.


 한 끼,

간편하면서도 맛있게 잘 먹었다오~

매거진의 이전글 음식을 만드는 행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