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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Aug 19. 2023

실종자들

끄적끄적

오늘도 실종자를 찾는다는 안내문자가 왔다.

안내문자 속에는 노인들이 많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청소년도, 중년도, 여자도, 남자도 있다.

이 분들은 어디에서 헤매고 있는 걸까?


하와이 산불로 1,000명 넘는 사람들이 실종 상태라고 한다.

거세게 다가오는 불을 피해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한 분들이 계시겠고.

불속에서 미처 나오지 못한 분들도 계시겠지.

무서운 일이다.



우리 외할아버지는 실종되셨다.

해방되고 이듬해,

출근하신 뒤로 못 돌아오셨다.

정치적 사건으로 소련군에 납치되었다는 설이 유력한데.

이후 소련의 어느 농장에서 보았다는 말도 들렸고,

죽음을 당했을 거라는 현실적인 입장도 있었다.

우리 어머니는 실종은 고통이라고 말씀하셨다.

가족들이 그 사람의 부재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사라진 그날처럼 불쑥 집으로 돌아오리라는 희망을 놓을 수가 없다.

죽음보다 실종이 가족들에게는 더 가혹한 운명이다.

차라리 눈앞에서 돌아가셔서 육신을 땅에 묻거나 화장을 했다면,

슬픔 속에서 존재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는 있다.

하지만 갑자기 사라졌다면 이 하늘 아래 어디엔가 살아있으리라, 는 기대를 놓을 수가 없는 것이다.



추리소설에는 모종의 사건으로 자신을 숨겨야 하는 상황에 놓인 인물이,

자발적으로 사회에서 사라져 미리 준비해 둔 다른 인물로 살아가는 일화가 가끔 있다.

예전 멜로드라마에는 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은 인물이 전혀 다른 인물로,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가상의 세계에서는 실종이 독자들의 흥미를 이끌어내는 미스터리한 사건인지 몰라도 실제로 당하는 가족이나 지인들에게는 너무나 괴로움인데.


실종된 이들이 모두 안전하게 가족 품으로 돌아오시기를.

어디에서도 괴로움을 당하는 일이 없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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