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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Aug 22. 2023

꼬마 연사들이 있었다

끄적끄적

내가 초등학교 시절인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

그때도 사교육이 있었다.

학교 공부를 배우는 가정교사나 과외도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진 주산학원이라는 게 있었다.

그 암산 실력은 정말 신기했음.

서울 한정,

내 기억으로 여자애들은 피아노를 많이 배우러 다녔고,

남자애들은 유도, 바둑이나 웅변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그중 웅변은 기억이 또렷하다.


다들 대통령이요, 대학교수요, 장군이요, 사모님이요, 하는 탑급 인생만 욕망하던 시절이라.

소소한 일상의 행복은 개념조차 없었고

일상이란 성공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으니.



학교던가 교육청 단위던가, 웅변대회가 있었던 기억이고.

웅변대회에 나가는 애들이 리허설 식으로 교실 급우들 앞에 나와서 주르르 웅변을 했던 기억이 있다.

주제는 보통 반공방첩, 산업발전, 나의 꿈... 뭐 요딴 거창한 것으로 어른들이 써준 원고를 어른들이 가르쳐준 방법대로 연기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니까 일단 청중을 바라보고 자기소개를 시작하여,

점점 목소리를 키우면서 원고 내용을 전달한다.

한쪽 팔을 쭉 뻗어 누군가를 가리키기도 했다가,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다가 연단을 쾅, 치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목청이 찢어지는 소리로 두 팔을 번쩍 들어 청중으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를 유도하기까지.

떠드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뭔 말인지는 모르고 그저 감정이 고조되는 일정한 양식의 연기가 있을 뿐.



요새 날뛰는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보자니 문득 웅변하던 꼬마 연사들이 떠오르더라.

진정성 있는 실천은 없이 학자인 척, 대통령인 척, 장군인 척 코스프레만 하는 늙은 사람들.

공부하지 않는 학자들,

썩어 문드러진 종교인들,

불법의 적극적인 참가자 법률인들,

어른인 척하는 노인네들,

예쁜 척, 귀한 척, 있는 척, 착한 척,

위선의 레토릭으로 껍데기만 두르고 산다.

징글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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