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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Oct 03. 2023

뜨개질과 친목 사이

끄적끄적

기온이 점점 낮아지면서 뜨개질의 계절이 되었다.

추운 겨울날,

햇살 따사로운 창가에서 뜨개질하는 풍경에 로망이 있는 나는,

이번 겨울에 실을 엮어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싶다.


때마침 내가 속한 생협에서 손뜨개질 모임이 있다는 공지가 올라왔고.

코바늘 뜨개는 곧잘 하지만 딱 40년 전 대바늘 뜨개질에 도전했다가 크게 좌절한 나로서는,

음, 마음이 동하네.

하지만 예전에 생협 모임을 경험한 바,

선뜻 나서기는 망설여진다.



우리나라는 사람이 모이는 어디서나,

그 목적이 무엇이든,

먼저 친목을 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다.

공부를 하려 모였어도 구성원 간에 끈적한 인간관계가 우선 이루어져야 하고.

운동을 하려 해도 반장을 뽑고,

자신을 소개하며.

 회비를 모으고 회식을 하지.


뜨개질을 하기 위해 모였어도 비슷할 거다.

각자의 신상을 소개하고,

나이로 서열을 정리하고,

화기애애한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수다를 떨며 정답게 한 올 한 올 실을 엮어갈 것이다.

(밥맛 없다 하겠지만)

뇌가 청순해서인지,

동생 말대로 눈 뜬 시간보다 잠 잔 시간이 길었던 탓인지,

나는 나이보다 적어 보이는 외모로 어디 가서 나이 밝히기가 점점 더 싫어진다.

나이를 밝히는 순간,

상대 낯빛이 확 변하면서 분위기가 싸늘해지는 경험이 적지 않았으므로.

도대체 내가 어째야 해?



조용히 모여서 목적에만 충실한 모임이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잔잔한 음악 들으면서 사뿐사뿐 대바늘만 움직이는 그런 뜨개질 모임은 없을까요?

사람 마음이 다 나 같지는 않으니 내가 피하는 게 맞겠지.

모임은 포기해야 할라나 보다.


책이나 유튜브로 독학이 될까?

일일이 옆에서 가르쳐줘야 할 것 같은 수준인데 말입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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