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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Oct 09. 2023

우리들의 돈 이야기

끄적끄적

누가 전화해서,

연휴 동안 오랜만에 가족 포함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고 한다.

반가왔겠네, 했더니 절레절레.

역시 남들과 얘기하지 않고 사는 게 정답 같다고,

내가 이상한가부지, 뭐, 하며 씁쓸해했다.


다들 돈 얘기만 하더란다.

모든 관점이 돈, 경제적인 이해타산에 사로잡혀 있어서

세상에는 다른 측면이 있다는 것조차 잊었는가 보다고 말했다.



'왠지 불행하면 돈이 모자란 게 아닌가 생각하라'는 우스갯소리가 돌아다닌다.

다들 끄덕끄덕 하지.

반어법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말이 그렇게 싫다.

때문에 불행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돈만 추구해서 불행한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요?

또는 자신의 부족함을 정직하게 인정하지 못하고 문제의 원인을 돈 탓으로 돌리는 건 아닐까요?


돈은 중요하다.

모든 물질과 서비스를 교환할 수 있는 상징으로 현대 사회에서 돈은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다.

존재의 고귀함도 돈으로 측정한다.

그렇게나 중요한 돈의 분배가 공정하지 못해서 늘 문제가 발생한다.

불공평한 시스템을 바로잡는 건 능력 밖의 일이라 그런지,

다들 내 손에 들어오는 돈의 분량에만 촉각을 세운다.

무조건 많이 들어오면 돼!

옳고 그름은 판단 기준에서 제외된 지 오래.


하지만 돈은 수단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돈이 곧 행복이 아니고,

돈이 곧 존재도 아니다.

사람에게는 돈으로 표현될 수 없는 무수한 가치가 있고.

사물 또는 사회의 모든 움직임이 돈 아닌 다른 가치나 동인에 의해서 결정되는 건 얼마든지 있다.

사람을 사회적으로 분류하는데 소유한 재물로만 측정한다는 사실을 나는 최근에 깨달았다.

더해서 학벌 정도.

그런데 사람이 물질로만 분류될 수 있는 그렇게 단순한 존재던가?



전화 끊고 나서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흘러 다녔는데.

그 사람 말하길,

처음에는 그냥 듣다가 결국에는 '너는 머릿속에 돈 밖에 없냐'라고 짜증 부리고 말아서,

그런 자신의 대응이 너무 찝찝하다고.

싫은 상황에서도 유들유들 잘 넘기는 사람이 있던데

나는 왜 항상 빽빽거리며 정색을 할까?, 괴로워하더라.


도 마찬가지.

끝까지 입 다물고 있던가,

(어차피 나와는 다른 세상에서 사는 걸)

아니면 넉살 좋게 치고 빠지던가 하지 못하고.

분위기 싸해지게 정면에서 맞받아치며 상대를 몰아가고야 마는 내가 싫습니다.

이만큼 나이가 들었으면 자신의 뜻을 지키면서 상대에게도 너그러운,

그런 고도의 대응 기술을 익힐 만도 한데, 말입니다.


그러니 오늘 결론은 돈이 아니라

'더 훌륭하지 못한 나'라는 점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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